아내 그게 맛있어?
나 마실만해. 천 원짜리치고는...
대체로 아저씨들이 술값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커피 값은 엄청 아까워한다. 커피 전문점에 가자고 하면 다들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커피 한 잔 값이 ‘소고기 김밥’ 두 세줄 값이다 보니 나도 특별한 날이나 일 때문에 누군가를 만날 경우에만 그곳에 간다.
집 앞에 편의점이 있다. 그곳에서 하루에 한 번씩 천 원짜리 원두커피를 사서 마신다. 가격이 싸다보니 부담 없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그 커피가 나에게는 소심한 사치이자 삶의 여유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도 길어야 10분밖에 안 되지만, 그 시간은 하루 중 마음이 가장 편안한 순간이다.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지거나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모습을 내다보면서 커피를 마실 때는 오감이 자극된다.
"커피 전문점을 해볼까? 아니면 편의점이라도..." 그 말을 꺼내자 아내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사업 수완이 없어서 안 된다나. 다시 설득하자 그때서야 속내를 드러낸다.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하기야 1, 2천만 원도 아니고, 최소한 몇 천만 원은 들 텐데, 내가 또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해댔다.
들뜬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돈 얘기만 나오면 항상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그런데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을 차리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사라질지도... 그냥 천 원짜리 커피나 사서 마시며 소심한 사치를 부리고, 삶의 여유를 느끼는 게 낫다.
- 김밥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지만, 커피는 텅 빈 가슴을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