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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Dec 13. 2017

휴양지에서 일어나는 일

신유     


새벽에 땡땡땡 종 치는 소리에 잠이 깼는데 5시다. 호텔 옆이 성당인데 아마도 새벽 미사 알림 종소리인 것 같았다. 새벽부터 해 뜰 때까지 평화롭게 화장실 뷰와 테라스뷰를 즐기며 사진을 찍었다. 바다 일출을 정면으로 가리는 앞 호텔 건물이 좀 얄미웠다. ‘저 안에서 일출 독점을 하는구나. 왜 저 위치에 저 높이의 건물을 짓게 허가를 해준단 말이냐!’하며 고개를 돌리면 멀리 크레인들이 서있다. 아직 나짱 시내만큼 휘황찬란하지 않은데,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바뀌어있을까?



혼자 수영하고 음악 듣고 한참 잘 놀고 방에 내려왔는데 쑥은 아직도 꿀잠 중이다. 뷰가 끝내주는 테라스에서 예능 한 편을 챙겨보니 쑥이 일어났다. 잠이 덜 깬 쑥과 함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객실 업그레이드와 직원들의 친절이 고마워 선물용으로 준비해 간 마스크팩 몇 장을 건넸다. 그리고 트립어드바이저에 꼭 좋은 평가를 남기겠다고 약속했다. 돌아와서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겼고, 내 페이스북에는 아직도 나짱 숙소가 추천으로 올라온다.  

 

혼자서 바다와 하늘을 보며 모닝 수영
화장실 뷰!


이름만 대면 아는 호텔은 비싸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투숙하고 있어 조식이나 수영장을 이용할 때 사실 불편하다. 소규모 호텔들은 천차만별이라 고민일 때 나는 부티크 호텔을 선택하겠다. 객실수가 적어 단체손님이 없고, 깔끔하고, 아무리 못해도 평타는 치니까. 물론 나트랑시싱부티크호텔은 너무 훌륭했다.




#복선의 전개 #소매치기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가고


  

   

이제 원래 예약했던 소호 호텔로 이동해야 한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휴양’을 즐기는 일정이니 휴가지용 원피스를 장착하고, 화장도 정성스레 해본다. 소호 호텔에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짐과 여권을 맡기고 -언제나 그렇듯- 나짱 중심가(나짱 대성당 부근)를 찾아가기로 했다.



관광지임을 드러내는 야자수와 파란 하늘, 베트남 전통모자인 논 모양의 조경수를 감상하며, 오토바이가 침범하지 않는 인도에 감탄하며, 길을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길이었다. 한 2인조 오토바이가 신유에게 달려들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나에게로 와 메고 있던 크로스백을 잡는다. 나는 반사적으로 가방을 붙잡았지만, 오토바이 속도 때문에 가방끈이 끊어지면서 떨어져 나갔다.



호찌민에서 만난 선배가


 ‘오토바이 타고 핸드폰 채 가니까 길에서 절대 셀카 찍지 말고, 인도 걸을 때 안쪽으로 걷고, 가방은 꼭 크로스로, 여권은 반드시 따로 보관하라’



는 충고를 잘 지켰다고 자부했는데, 결국 악명 높은 베트남 오토바이 소매치기는 피할 수  없나 보다. 소매치기를 조금 따라가다가 심장이 너무 떨려서 주저앉았고, 일단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소매치기당한 크로스백에 들어있던 물건 리스트


1. 해외에서도 결재 가능한 신용카드
    ⇢ 전날 룸서비스도 이 카드로 계산했다.


2. 한국 교통카드와 현금
    ⇢ 공항에서 집까지 어떻게 가니?


3. 현금 $100
    ⇢ 택시비로 현금을 많이 써서 오늘 환전하려고 했던 돈


4. 크로스백은 동생이 선물해준 가방, 그 안에 들어있던 카드지갑은 결혼선물로 받은 것      
                

5. 립밤, 물티슈


6. 귀마개
    ⇢ 비행기 탈 때 기압차로 인한 통증 방지용


소매치기 이틀 후 팔 상태

 

신유    


그래, 너희는 또 당했다. 이번엔 소매치기!


(소매치기 주의를 위한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너무 베트남 diss 인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쑥의 비자카드와 100불이 없다. 택시비로 현금 지출이 많아 가지고 있던 달러는 환전하려고 했는데 결국 당했다.     

 

“일단 카드는 다 정지했으니까 됐고, 잃어버린 돈은 생각하지 말자. 남은 돈으로 어떻게 잘 즐길 수 있는지만 생각하자. 정 필요하면 내 신용카드를 살려서 긁으면 돼”


라고 쑥을 위로했다. 이제 남은 일정 동안 ‘생존’ 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일단 호텔에서 조식은 주니까 아침을 최대한 늦게, 많이 먹는다. 그리고 오후 늦게 한 끼만 사 먹으면 식비는 얼마 안들 것이다. 문제는 공항으로 낼모레 공항으로 돌아가는 교통비다. 나짱 도착했을 때처럼 바가지 택시를 탈 만한 돈은 없다. 이 정도 규모의 휴양지면 주변 좋은 호텔에서 무료로 공항 셔틀버스를 운행할 거니까 투숙객 인척 끼어 타는 방법을 이용해보자! 셔틀버스를 운행할 만한 호텔을 찾아 나섰다.      


소매치기 이후 우리의 도보 방법이 달라졌다.

일단 소매치기로 부정 탄 옷을 갈아입고


1.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가방은 크로스로 멘다

2. 스카프를 어깨에 둘러 크로스백과 함께 묶는다.

3. 쑥이 뒤에서 내 등에 걸쳐진 가방 끈을 잡는다.

4. 길 걷는 중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 특히 건널목에서는 주머니나 가방에 핸드폰을 넣는다.


이렇게 삼중 방어태세를 갖춘 채 근처 호텔들을 돌며 셔틀버스 운영 여부를 물어봤다. 그러나 무료로 운영하지는 않고, 1인당 20만 동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단다. 그 돈도 반 거지 신세인 우리에게 큰돈이다.

      

호텔 로비에 앉아서 방법을 고민하는데, ‘혹시 공항버스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폭풍 검색 끝에 우리처럼 택시 바가지를 심하게 겪고 분노한 선배여행자의 ‘나짱 공항버스 터미널 찾기’ 사연을 찾아냈다. 그분의 블로그에는 루이지애나 바 건너편 라이트 호텔을 끼고 돌아서 가는 길에 마주치는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 또는 ‘대신 표를 사주겠다’는 사기에 흔들리지 말고 직진하면 터미널에 도착, 직원에게 직접 표를 사면 된다고 한다. 다행히 터미널은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고, 우린 직접 찾아가서 버스가 정말 있는 건지, 운영시간까지 사전답사를 했다. 버스비는 1인당 55,000동, 둘이 합쳐 한국 돈 5,500원 꼴이니, 호텔에서 자체 운영하는 셔틀버스의 1/4 가격이다.      


선배 여행자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꿀팁을 먼저 찾아주셔서요!  


공항버스를 알려 준 선배 여행자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pkarijju&logNo=220278148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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