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유 and 쑥 Oct 15. 2017

어서 오세요 호갱님

#호찌민 도착 #공항에서 숙소까지 #바가지 택시      



오전 11:40분 이륙하고 비행기 안에서 다섯 시간 정도 갇혀있다 나오니 베트남 현지시각으로 오후 3시경. (베트남은 대한민국보다 두 시간 늦다) 여행 오기 전 블로그 여행 선배들이 바가지 택시를 조심하라는 얘길 많이 했다. 그래서 꼭 미터기가 있는 택시를 타고, 유명한 택시 브랜드-비나선(Vinasun), 마일인(Mai Linh)-도 숙지해 왔다. 그러나 이건 참고사항일 뿐, 우리는 공유차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가 일단 택시보다 저렴했고, 정액제이기 때문에 돌아가도 부담이 없다. 안전 문제가 걸렸지만, 싱가포르에서 현지인들이 그랩(Grab)을 아무렇지도 않게 타고 다녔고, 베트남 현지에 있는 한국 주재원들도 우버(Uber)를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그랩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랩으로 호출을 했으면 어쨌거나 운전자와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 공항에서 유심칩을 샀는데 그때 통화할 생각은 안 하고 인터넷 전용을 구매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그랩을 호출해도 그쪽에서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주변에 택시 또는 우버를 기다리는 현지인들에게 전화 좀 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해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미터기 있는 택시를 타면 된다고 했으니까 정신 차리면 문제없겠지!’      


택시 스탠드로 갔는데 호객행위가 장난 아니다. 미터기 있는 택시를 탄다고 하니 자기네 미터기 있다고 하면서 우리를 마구잡이로 태웠다. 택시 브랜드는 정확히 확인 못 했지만 일단 미터기가 있으니까 안심했다. 택시 아저씨도 착해 보였고 혹시 길을 돌아서 갈 수도 있으니까 구글맵을 켜뒀다. 퇴근길 러시아워에도 크게 돌아서 가지는 않는 것 같은데 택시비가 너무 빨리 올라간다. 40분 거리의 운행 동안 90만 동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서울-인천공항 가격인데, 원래 이 정도 나오는 건가? 게다가 택시 아저씨가 우리 숙소를 지나쳤다. 돌아서 가주겠다는데 우리가 돈이 없으니 내려서 걸어가겠다고 하니, 80만 동만 받고 돌아가 주셨다. 비가 와서 배려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너무 바가지를 씌워서 미안한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호찌민에서 냐짱으로 이동하는 날, 폭우 때문에 버스정류장까지 못 가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야 했다. 이때 탔던 건 비나선 택시(Vinasun)였는데, 내가 사전에 알아왔던 양심적인 택시 브랜드였다. 이건 정보대로 미터기가 천천히 올라갔다. 최종 가격 180,000동. 와~ 처음에 그 택시 기사 우리에게 얼마나 등쳐먹은 거냐!     




도착. 베트남 호찌민 떤선녓공항에서 그랩을 기다리며(그림 by 신유)




신유


호찌민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차편으로 그랩을 이용하기로 했다. 연결된 기사가 공항 근처에 오고 있는 게 앱으로 보였다. 기사가 전화를 건다. 그런데…. 아뿔싸 5분 전에 우리는 7일짜리 데이터 무제한 유심칩을 샀다. 직원이 ‘통화되는 것 vs 통화 안 되는 것’의 선택지를 주었을 때 망설임 없이 “베트남에서 통화할 일이 없지. 보이스톡 있는데” 하며 둘 다 전화가 안 되는 유심칩을 샀다. 공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기사가 전화를 걸어도 우리는 받을 수 없다. 혹시나 우리가 있는 쪽으로 기사가 오나 번호판만 매의 눈으로 찾을 뿐이다. 10분이 넘도록 기사는 공항 주변을 뱅뱅 돌고, 둘 중 한 명은 통화되는 유심을 살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공항에 있는 베트남 사람에게 전화 한 통을 빌려보기로 했다. 


“베트남 사람이세요? 전화 한 통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랩 기사에게 7번 게이트 앞에 있다고 말 좀 해주세요.” 


하고 기사의 번호가 찍힌 우리 핸드폰을 건넸다.      


첫 베트남 사람은 흔쾌히 기사와 통화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 전화기로 통화해 달라고’ 하자 거절을 했다. 두 번째 베트남 사람에게 부탁했다. 자기 핸드폰으로 담당 기사의 번호를 찍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pre-paid 요금을 이용하는지 ‘no money'라고 한다. 미안했는지 택시를 타려면 꼭 비나선 택시를 이용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때는 콕 짚어 ‘비나선 택시’를 말한 베트남 친구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미처 몰랐다.      


‘전화 요금이 비싼가? 전화 한 통 빌려주는 게 어려운 건가? 전화 인심 팍팍하네!’라고 생각하며 cancel 버튼을 눌렀다. 통화를 할 수 없으니 다른 기사를 부를 수도 우버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호객행위를 열심히 하는 택시기사 무리로 여행용 가방을 끌고 걸어갔다. 얼마냐고 묻자 ‘미터기를 따른다’고 '내 택시가 비나선 택시’라는 기사의 말에 안심했다. 옆에서 우리 여행용 가방을 잡아채듯이 트렁크에 싣는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퇴근길 비 + 오토바이 + 도심통과로 차는 밀렸다. 기사는 골목골목 덜 밀리는 길로 간다고 했다. 우리의 구글 지도와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지금은 교통체증이 있는 시간이니까. 그런데 미터기 올라가는 게 심상치 않다. 우리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잡은 일반 주택가 쪽이라 호텔처럼 바로 앞에 내릴 수는 없었다. 비는 더 오고. 그때 미터기는 900,000동을 넘겼다.      


‘그냥 여기서 세워주세요’      


기사 아저씨는 친절을 베풀며 뉴턴을 해서 차를 세웠고, 인심을 쓰며 800,000동만 내라고 했다. 뭔가 찜찜하면서도 택시에 내리면서 가격을 깎아준 택시기사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공항-숙소는 차로 30분 거리이고 차가 밀려 45분 정도 걸렸다. 한국 돈으로 계산해도 4만 원이 나왔으니 틀림없이 바가지인 걸 알았지만, 베트남 화폐 단위가 너무 크니 감이 잘 안 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는 약 4배의 택시비를 더 냈다.      


베트남에 도착한 한 시간 동안 우리가 겪은 일 

그랩(Grab) 잡기 실패 

전화 한 통 안 빌려줌 

택시 바가지      


첫날 쓴 경비가 총 934,000동인데 그중 택시비가 800,000이라니.






[한 걸음 더] 택시 vs 택시 호출 앱 


베트남 택시회사 양대 산맥은 마이린(Mai Linh)과 비나선(Vinasun)이다. 마이린이 1993년에 첫 설립되어 전국적으로 1만 2500여 대의 택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남아 3대 택시회사로 성장했다. 비나선은 후발주자나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남부지역을 집중 공략해 남부지역 1위의 택시회사가 되었다. 


최근 택시 호출 앱의 등장으로 베트남 택시회사는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Grab taxi와 같은 택시 호출 앱은 그동안 비효율적인 배차관리로 이용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부담을 줬던 문제를 해결한다. 게다가 2014년 말에는 Grab Bike 서비스를 론칭해 세옴(베트남 오토바이 택시)의 고질적인 운전자 검증 불가, 바가지요금 문제를 해결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Uber는 택시가 아닌 자가용차의 공유 서비스인데, 도입 초기에는 자가용차는 대부분 부자의 소유물인 베트남의 현지 상황에서 성공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지금은 우버가 진출한 동남아 4개국 중 베트남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고 한다. 


이러한 모바일 기반 O2O 서비스의 비약적인 시장 잠식에 기존 택시회사들은 적법한 절차 없이 무단으로 유상 운송행위를 자행하는 택시 호출 앱으로 인해 영업권 침해받고 있다며 정부에게 해당 앱의 활동을 금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조 :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베트남 교통 O2O 서비스 시장(1)-택시 호출 앱 시장 경쟁 ‘후끈’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너의 이름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