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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Aug 22. 2020

영훈국제중의 실체

 부제: 영훈숙제중학교의 운명

귀족 특권 학교로 낙인이 찍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제중 지정 취소를 당한 영훈국제중학교. 이 학교에 다니는 중2 학생의 학부모로서, 코로나 기간 포함 3학기를 지켜본 학부모로서, 기사에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기에 링크를 공유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04759?lfrom=kakao

(최소한 현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국제중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아이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터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펜을 듭니다.) 

"이런 궁금증을 안고 처음으로 영훈국제중을 찾았을 때 크게 두 가지에 놀랐다. 먼저 놀란 건 시설이었다. 좋아서가 아니라 안 좋아서 놀랐다. 건물은 협소했고 벽과 바닥 등 모든 것이 오래돼 보였다. 요즘은 어지간한 농어촌학교에 가도 이보다는 낫다 할 수준이어서 시설만 봤을 땐 왜 입학 경쟁률이 8 대 1에 이르는지 의아할 정도였다."(기사 중)


2015년 이후 시험 없이 아이 이름과 주민번호만 제출한 후 100% 전산 추점제로 바뀐 덕에 운 좋게 "당첨"이 되어 보내게 된 학교입니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영훈국제중은 강남도 아니고 강북구 미아사거리에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옛날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던...) 그냥 한번 추첨에 참여했다가 보내게 되었습니다. 


합격(당첨)된 이후에야 이 학교를 가봤습니다. 처음 가 봤을 땐 아주 놀랐습니다. 기자가 놀란 이유와 같습니다. 무슨 국제중학교 시설이 이렇게 후질까? 운동장도 손바닥 만하고, 좁고, 낡고... 하여간 후졌습니다. 장담컨대 시설면에서는 서울시내 어느 일반 중학교보다 나은 점이 거의 없습니다. 학부모 강사로 초대가 되어 학생 대상으로 강연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강당의 낡고 불편한 의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교무실은 왜 이리 좁은지. 교장실도 좁고, 후지고. 내가 생각한 잔디 운동장에 수영장도 있고 그런 멋진 "국제"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교육과 거리가 멀게 아이를 키웠습니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타는 노란색 셔틀버스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당첨이 된 이후에는 더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동네에서 배정받아 오는 학생들이 아닌 서울시 전역에서 두 개 밖에 없는 (다른 하나는 광진구에 있는 대원국제중) 국제중에 지원을 하기에, 과연 사교육 없이 키운 우리 아이가 사교육을 통해 특훈을 받았을 아이들 사이에서 견딜 수 있을까? 


"학부모 김모 씨는 “솔직히 아이가 매일 밤 11시, 12시까지 수업에 쓸 프레젠테이션 만든다고 실험하고 동영상 찍고 있는 걸 보면 ‘아무리 그래도 입시를 생각하면 저래도 되나’ 싶어 속이 탄다”면서도 “그래도 애가 학교 다니는 게 즐겁고 공부가 재밌다고 하니 만족하고 보낸다. 한국 중학생 중에 밤새 숙제하면서도 ‘학교가 즐겁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기사 중)



3학기가 지난 지금, 학부모로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9점입니다. 


1. 내가 그토록 비판하는 입시 준비 교육이 없습니다. 별칭이 영훈 국제중이 아니라 영훈 "숙제"중입니다. 기사의 내용과 실제는 같습니다. 우리 아이야 어차피 학원을 안 보내지만 다른 아이들도 숙제하느라 사교육 받을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숙제가 많아서 좋은 게 아니라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는 교육이라서 좋습니다. 이 학교 주변에 학원가가 형성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2. 우리가 교육개혁을 얘기할 때 단골 메뉴. 주입식 교육 지양. 토론식, 발표식 교육 지향. 이 학교는 실제로 실천합니다. 독서 교육의 진수가 뭔지도 보여줍니다. 


3. 아이가 너무 좋아합니다. 학업 내용이 도전적이지만 몰입하도록 선생님들이 잘 이끌어 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엇인가에 "몰입"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들어맞는 학교 사례입니다.   


4. 아이가 선생님들을 존경합니다. 이 선생님은 이래서 멋지고, 저 선생님은 저래서 좋고. 외국인 선생님과 내국인 선생님 간의 선의의 경쟁이 있어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강남에서 중학교를 다닌 저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분 빼고는 없습니다. 학부모 치맛바람에 춤추는 선생님들은 많이 봤습니다. 


5. 감점 1점은 아무래도 시설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교는 건물이 아닙니다. 그 안의 시스템과 콘텐츠가 바로 학교이겠지요. 


글로벌 시각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에서 전국민의 시야가 강남 아파트 값에 갇혀 있는 아둔한 현실이 우리 교육의 결과물입니다. "국제중"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글로벌 수준의 절대 평가 기준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지라도, 우리의 기존 시스템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그 어떤 시범, 혁신 학교들에 비해 월등한 수준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평가에서 영훈국제중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구성원의 만족도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는 해당 항목의 평가 배점이 15점에서 9점으로 줄어 만족도는 그다지 중요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느 중학교가 과연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부터 만족도 ‘만점’을 받을 수 있겠느냐를 생각해보면 이 학교의 시스템과 교육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기사 중)


서울시교육청은 특권 학교라고 끌어내릴 것이 아니라 이런 학교를 더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를 이뤄낼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돈이 없다고요?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부자 나라입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새는 겁니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스마트 교실 예산 잡는다고 할 때부터 뻔한 결과가 예상됩니다. 지금처럼 교실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교실에 돈을 들여 최첨단 시설, 즉 하드웨어를 갖출 것이 아니라 수업의 내용과 질, 즉 소프트웨어부터 바꿔야 합니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 중 하나도 교육 정책에 있습니다. 강북부터 이런 수준의 일반학교를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도 강남 집값은 잡힐 것입니다.


생각하는 교육을 받지 않고, 정답만을 요구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들이 지금의 검찰, 언론, 정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개혁의 대상인 이유가 바로 교육이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육 당국도 대상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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