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윤 Sep 28. 2020

영어 교육의 본질  

[북리뷰] 영어책 읽기의 힘 (고광윤 지음)

지난번에 쓴 리사 손 교수의 <메타인지 학습법> 북리뷰에서 마지막 두 개의 챕터를 읽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고 했습니다. 좋은 책을 읽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면 저도 모르게 시상식 기립 박수를 칩니다. 이번에도 <영어책 읽기의 힘>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 저는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리사 손 교수의 책이 영어 교육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갈증을 더욱 부추기고 있던 차에 시의 적절한 바이블 급의 책이 나왔습니다. 향후 우리나라는 이 책을 읽고 실천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끌어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이름을 고광윤에서 김성윤으로 바꿔치기해도 어머니들이 믿겠어요."

우리 회사 맘챔님(엄마들의 영어 동화책 읽기 무브먼트인 "맘 챌린저" 프로그램 진행자)이 이 책을 언급하며 한 말입니다. 제가 4년에 걸쳐 지난주까지 99회 차를 진행한 학부모 대상 영어교육 강연과 책의 핵심 내용의 싱크로율이 너무 높아서 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듣기 좋은 소리였지만 저는 이런 책을 쓸 실력이 없습니다. 이런 방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 책 안에 스며있는 저자의 독자에 대한 "사랑"과 "인내"가 제게는 없습니다. 저는 7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는 헛발질 영어교육에 대한 개탄과 분노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개혁을 외쳐 댔지만 그 안에는 훈계하려 드는 아마추어의 몸부림만 있었습니다. 호들갑을 떨며 설명하지만 요란한 것에 비해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누구도 훈계하지 않으면서 영어 책 읽기의 본질을 꿰뚫는 자상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강한 양념으로 자극하기 보다 슴슴하지만 맛의 깊이가 있는 평양냉면 같은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저자는 영어책의 다독(즐독)이 왜 영어 실력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의 영어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책이 단순히 자녀의 영어교육에 관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책 읽기의 기쁨과 가치를 일찍부터 깨달아 평생 책 읽기를 즐기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p 54)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커가게 할 수 있는 교육의 기본 중의 기본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를 올바로 "사랑"하는 법의 다른 이름은 바로 "인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이 책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소득일 것입니다. 기다려 주고, 지켜봐 주고, 들어주고, 칭찬해 주고. 그러면서 느리게 가도 기적은 일어난다는 사실을 네 자녀를 키운 선배 부모로서, 영어교육과 영문학 전문가로서 기본 개념부터 실천 방법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방향대로 가는 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파닉스의 본질적 접근부터 다독의 성공 비법, 그리고 읽기 책 추천까지. 기승전 "시험"이 걱정이신 부모님들에게도 역시 답은 영어 읽기라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이 책의 1장 1절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진짜 무슨 바이블 같네요)

성공의 비결은 개인의 타고난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p 24)


여기서 운은 우연히 주어지는 통제 불가능한 운(luck)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운(fortune)을 뜻한다고 합니다. 유창한 실력의 비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단순한 앎이나 이해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길 줄 아는 엄마나 아빠를 만나는 바로 그 행운.


저도 그런 행운을 누리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그 행운이라는 것이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 겸손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아이들이 자신이 받은 것을 대가 없이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 10:8)

(Freely you have received, freely give)



작가의 이전글 영훈국제중의 실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