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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Dec 15. 2020

사전을 찾지 않고 책을 읽어야 영어실력이 느는 이유

부모님들, 우리 아이들을 망가뜨리지 말아 주세요

"독서는 영어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주장해 온 스티븐 크라센 교수의 <읽기 혁명>에 이어 연세대 영문학과 고광윤 교수의 <영어책 읽기의 힘>을 읽어 보았다면 영어책 읽기가 제대로 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알 것이다.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 성인 IBM 분들이 아직 계시다면 <새해에도 당신은 영어가 안된다>를 먼저 읽고 오시길 바란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Textbook 리딩보다 Narrative 리딩, 즉 스토리 북을 읽어야 한다고 앞선 여러 글을 통해 강조한 바가 있다)에 이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부분, 즉 '어떻게'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을 찾지 않고 내용을 추론(추정, 추측)해 가며 읽어야 한다. 이유는 세가지;


첫째, 사전을 찾지 않아야 다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심리학에는 Ambiguity Tolerance라는 개념이 있다. 줄여서 AT. 직역하자면 모호함에 대한 관용성. 모호한 개념을 큰 내적 갈등 없이 잘 받아들이는 능력을 말한다. (반대로 모호한 상태를 참지 못하는 성향을 Ambiguity Intolerant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AT를 갖추지 못한 성향일 가능이 크다. 완전하게 개념이 이해되지 않으면 성격상 도저히 넘어가지 못한다. 영어책을 읽을 때에도 AT가 부족한 사람은 한 문장 한 문장 정확하게 해석이 안되거나 단어 뜻을 모국어로 이해하지 못하면 진도를 빼지 못한다. (그렇다, AT가 높은 사람은 어디 모르게 허술하거나 부족한 사람인 것 같지만 관용성이 높은 능력자일 수 있다.)


수학이나 과학은 '자연'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학문이라 정확한 공식으로 표현이 된다. 2x3=6이다. F=ma이고. 그러나 언어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것이라 그 자체가 모호함을 함축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당신은 정의 내릴 수 있는가? 정말로? 당신이 말하는 사랑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사랑이 같은 의미인가? 파란색이란 단어를 알고 있는가? 정말로? 당신이 말하는 파란색과 상대방이 이해하는 파란색이 정확히 일치하는가? 그렇다 영어뿐 아니라 언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한 것이다. 특히 영어는 더더욱 모호하다.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읽기도 하고, 뜻도 약간씩 다르게 해석할 때가 있을 정도로.


AT가 높은 성향의 학습자가 더 빠르게 영어를 구사하는 측면이 있는 이유다. 책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읽는다면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기도 전에 흥미를 잃고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이다. 영어 성공의 지름길은 "다독(多讀)"이다. 다독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한 줄 한 줄 분석하기보다 전체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며 읽어 나가야 한다. 아이의 경우 그림이 많은 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그림에 더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 그림 동화책에서 그림이 크고 글씨가 적은 이유를 알겠는가?


스티븐 크라센 교수가 말하는 "의미 있는 입력(Comprehensible Input)"은 바로 "아~대충 뭔 말인 줄 알겠어" 정도의 입력을 말한다.  


둘째, 사전은 사고할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Reading is a psycholinguistic guessing game
(읽기는 언어심리학적 추리 게임이다)


Whole language 교육 이론을 주창한  Kenneth Goodman 교수는 리딩을 "생각과 언어 간의 상호 작용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읽기는 언어심리학적 추리 게임"이라고 한 것이다. 필자는 <새해에도 당신은 영어가 안된다>에서 "영어는 사고(상상, 추론, 비판, 감상)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깨달아(자각)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라고 했다. 리딩이 가장 효과적인 영어 습득 방법인 이유가 바로 이 "사고"의 과정을 가장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책을 읽을 때와 해리포터 영화를 볼 때, 어떤 경우가 우리를 사고하게 만드는가? 책을 읽을 때에는 내가 생각하며 장면을 그리지 않으면 한 페이도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로 본다면 생각은 이미 작가와 영화감독이 대신 다 했기 때문에 막상 나는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


만약 본인(성인)이 영어책을 읽어가며 영어 실력을 다지고자 한다면 쉬운 동화책부터 읽어 보라. 사전 없이. 굳이 사전을 봐야 한다면 영한사전 말고 영영사전을 보라. 영영 사전의 예문을 읽으며 또다시 게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영어가 느는 것이다. 저절로. 무의식적으로.


만약 당신의 자녀를 지도할 목적으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명심하라. 아이가 스스로 추리(게싱)할 기회를 부모의 성급함으로 박탈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 엄마 "embarrassed"가 무슨 뜻이야?

엄마 A: (영한사전을 찾아) 어 그건 창피하다는 뜻이야.

엄마 B: (앞뒤 문맥을 살피거나, 그림을 가리키며) 글세, 엄마도 모르겠는데. 개똥이는 무슨 뜻 같아? 그림을 보니까 아이 얼굴이 빨개졌네. 부끄러운가?


B를 엄마로 둔 아이를 바로 행운아라고 한다. 아이의 행운은 부모가 만드는 것이다. 엄마부터 동화책을 읽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이유는, 영한사전은 모국어로 해석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한국어와 영어는 1:1로 짝을 지을 수 없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 옥스포드영어사전


영어는 동사가 우리말에 비해 비중이 적다. 그래서 "run=뛰다"로 암기할 것을 강요당한 우리는 run이란 동사의 진정한 뉘앙스를 깨달을 기회를 박탈 당했다. run은 뛰다로 사용될 때 보다 그렇지 않을 경우가 훨씬 많다. 아래 문장의 run은 우리말로 각기 다른 동사가 모두 존재한다. 한 번 게싱을 해 보라. 출마하다, 운영하다, 떨어지다, 지연되다, 쓸어내리다, 흐르다,... , 싣다.


He’s running for president.

He runs the company.

I’m running out of gas.

My car runs on diesel.

Buses to Oxford run every half-hour.

All the trains are running late.

She ran her fingers nervously through her hair.

He had a scar running down his left cheek.

The tears ran down her cheeks.

Who left the tap running?

Your nose is running.

Supplies are running low.

NYT decided to run the story.   


우리는 문장마다 한국어로 해석이 되어야 이해가 되기 때문에 단어를 한국어로 짝지어 암기하며 10년 영어 공부를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돼지바* 구조의 IBM(이미 버린 머리)이 된 것이다.


이미 버린 우리 머리는 그렇다 치고 우리 아이들만은 돼지바로 만들지 않기를 부탁한다. 쌍쌍바*로 키워야 한다. (쌍쌍바 돼지바는 <새해에도 당신은 영어가 안된다> 참조)


아이들이 영어를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는 한국어로 생각하는 독립된 두 기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학교에서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부모가 대신 그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금부터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너, 이 단어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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