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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Apr 28. 2020

아이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법

[북리뷰] 메타인지 학습법 (리사 손 지음)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었고 첫 3개의 챕터는 '교수' 리사 손, 4번째 챕터는 '학부모' 리사 손, 그리고 5번째 챕터는 '엄마' 리사 손이 쓴 듯합니다. 솔직히 교수 리사 손이 쓴 앞 3개의 챕터를 읽을 때까지는 좋은 강연을 듣는 느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학부모 리손 손과 엄마 리사 손이 쓴 마지막 두 개의 챕터를 읽고 나서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습니다. 좋은 책을 읽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면 저는 시상식 기립 박수를 칩니다.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통 그런 아이는 옆집 아이거나 친구의 아이라는 사실에 부러움과 질투심이 교차합니다. 동시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이 성공의 3대 요소라는데 아빠와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 수 없고 엄마라도 정보력으로 무장하기 위해 학부모 강연을 들으러 다닙니다. 맘카페에 등업을 해가며 열심히 정보 탐색을 하고 서점에서 "~~ 학습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당장 구매 들어갑니다.   

이 책 또한 "~~ 학습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 조급증에 걸린 불안한 엄마들을 타깃으로 한 뻔한 내용의 책이려니 생각했습니다. 가뜩이나 '메타인지'라는 어려운 개념에 대해 '교수님'이 풀어냈다고 하니 얼마나 더 난해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선입견 충만한 상태에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선입견은 초반부터 KO를 당했습니다. 온 신경이 우리 아이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향해 있는 학부모들의 뇌세포에 작가는 초반부터 일침을 가합니다. 그러나 큰 소리 내지 않고 교수님 답게 교양 있게 말합니다.

흔히 메타인지를 단순히 '공부 잘하는 방법'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해다. (p24)  

그리고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3가지 착각을 챕터의 제목으로 잡고 그대로 직진합니다.

Chapter 1:  빠른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Chapter 2 : 쉬운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Chapter 3: 실패 없는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Say it professor Son, just say it, let it out! 책을 읽는 내내 같은 학부모로서, 부모 대상 강연자로서, 저자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란 말이야, 뭘 이렇게 뜸을 들이고 있지? Just say it!'이라고 중얼거리며 고구마를 먹은 느낌으로 책의 절반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두둥! 드디어 마지막 챕터에 가서야 사이다를 들이켤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메타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를 키우는 힘'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분명 "우리 아이의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공부 잘하는 것과 ○○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공부와 좋은 성적은 학생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공부와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성공해서 △△하게 사는 것이다. (p212,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 △ 처리함)  


2016년부터 유초등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영어교육법에 대한 강의를 해 왔습니다. 최근에 87회 차를 했으니 누적으로 1만 명 이상의 학부모를 만난 셈입니다. 매번 수 십 개의 사전 질문이 들어옵니다. 물론 영어 교육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은 영어 학습법이 아니라 자존감, 다중지능, 메타인지 등에 대한 내용으로 대신합니다. 제 답변의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이 싱크로율 9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가고 기립박수로 이어졌던 모양입니다.


배움의 과정이 주는 다양한 의미와 재미를 무시하고 속도에만 집중하면 아이의 메타인지는 망가질 수 있다(p51).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중에 아이를 어디에 태우고 싶습니까? 돈만 있다면 KTX에 태우고 싶으시죠? 그런데 중요한 것을 잊고 계십니다. 어디로 가는지 묻고 태우세요. 아이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것이 돈 많이 들여서 방향 잘못 잡고 빨리 가는 겁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어린 학생들이 학습을 경쟁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 끊임없이 '비교'하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p38). 아이들이 공부가 힘들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p102).

공부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닙니다. 영어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경쟁이라고 생각하니까 힘든 겁니다.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교육열 맞습니까? 경쟁열 아닌가요? 앞서 쓴 <코로나 정국에서 1등 하는 법>에서도 짚었던 문제입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p122). 학생들에게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다(p135). 다시 한번 말하지만 메타인지는 아이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지 부모가 대신 배워서 아이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p190). 아이에게 공부의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의 답을 바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p213).

"영어는 사고(추론, 유추)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스스로 깨달아(자각)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 그 사고는 아이가 하는 것이지 엄마나 선생님이 대신하고 답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다." 이 말은 87회 강연 동안 87번 한 것 같습니다. 영어가 가장 빨리 느는 방법 또한 유추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거나 단어의 뜻을 한국말로 알려주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정답을 가르쳐줘 버리는 우리의 교육 방식, 특히 시험 점수가 목적인 사교육의 방식은 아이의 메타인지를 성장하지 못하게 합니다. 저자는 이런 행동이 메타인지를 죽임과 동시에 용기까지 빼앗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제 쌍쌍바 돼지바 이론과 일맥 상통합니다.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창의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p178).

창의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leave your kid alone입니다. 이 말도 2번만 더 하면 100번째 얘기하는 겁니다. 강연시 종종 부모들에게 틀어주는 짧은 동영상이 있습니다: 냅두면 창의적이다.  


전업주부라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많다. 어학 공부, 요리, 꽃꽂이, 운동, 독서 등 종류에 상관없이 학습하는 모습만 아이에게 보여주면 된다.... 아이의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 자신이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p224).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리딩 프로그램을 아이가 아닌 엄마가 하는 맘챌린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손 교수의 말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가 맘챌린저 카페 올라온 후기 글에 드러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외쳐도 한국의 교육 과정이나 학부모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p158).

어쩜 제가 매 강연마다 하는 얘기와 똑같을까요? 매주 목사님 설교 듣고 새사람 된 것 같지만 교회 문을 나오자마자 리셋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원래 도돌이표 인생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학부모들은 이 책을 사서 절반을 채 안 읽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호킹 지수* 20% 예상합니다. 완독을 하고 싶으면 챕터 4 →  5 → 1 → 2 → 3 이 순서로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메타인지를 학습이 아닌 '아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바라볼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통찰이 생깁니다. 오히려 학습 능력 향상과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주도적인 아이가 되는 역설을 목격할 겁니다. 더 이상 옆집 아이나 친구 아이 얘기가 아니라 나의 아이 얘기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을 "아이를 올바로 사랑하는 법"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호킹 지수는 완독률을 계산한 것입니다. 전체 페이지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자가 읽은 페이지 비율입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대표작 <시간의 역사>가 전 세계적으로 천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였지만, 이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은 독자들이 많지 않았던 겁니다. <시간의 역사>는 호킹 지수 6.6%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어떤 향응이나 금품 또는 원고료도 받지 않고 쓴 것임을 알립니다. (주면 받습니다.) 책도 자비로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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