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지 않는 자, 책 읽는 자 밑에서 일할 준비를 하라
애를 키워본 엄마라면 갓난아기는 간지럼을 잘 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것이다. 갓난아기는 아직도 자아가 엄마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남이 내 발바닥을 간지럼 태우면 참을 수 없지만 내가 스스로 발바닥을 긁으면 간지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렇듯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우리가 누군지 알고 나오는 게 아니라 세상에 나와 성장하면서 자아관이 형성이 된다. 건실한 자아관을 갖기 위해서는 유아기 때의 부모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로 자라기도 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존감(Self Esteem) 높은 아이로 성장하기도 한다.
자아관이 왜 이토록 중요할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과 상호관계를 맺을 때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자아관의 골격이 형성된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살을 붙여 나가게 된다. 이 자아관 위에 사회관, 이성관, 결혼관, 가족관, 국가관, 세계관, 인생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관점(Perspective)인 자아관이 첫 단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아관에 살이 붙어 나갈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독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의 물리적 반경은 한계가 있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읽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독서를 하게 되면 1인칭,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람과 사물, 그리고 (역사적) 현상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핵심이 되는 관점 획득(Perspective Taking) 능력과 직결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간접 획득하게 된다는 점과 세상에 대한 관념의 확장이 일어난다는 점 또한 독서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리더들은 명확한 자아관 위에 확고한 세계관과 인생관이 형성된 사람들이다. 열등감으로 점철된 자아관을 가진 사람은 자신 밖으로 관점이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생의 동력’이 약하거나 ‘방향성’이 애매해진다.
독서가 시간의 축에서 자아를 똑바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면 공간의 축에서 자아관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는 것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단순히 자기와 다른 사람, 문화, 사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관념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은 어려워졌지만, 국내여행도 좋다. 낯선 환경에 자신을 놓았을 때 비로소 자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 자기에게 익숙한 환경과는 다른 낯선 곳에서의 체험은 자신을 더욱 뚜렷하게 함과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는 배려심과 관점을 획득하게 해 준다. 어려운 말 쉽게 말하자면 소위 “그릇”이 커지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입시 공부로 독서를 포기하게 만들고 취업 준비로 여행의 기회를 강탈한다. 그러나 독서와 여행을 희생하면서 그 시간에 화려한 스펙을 갖춘 들 사회 진입 시 뭔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착각만 들게 할 뿐 자신은 어느덧 책 많이 읽고 여행 많이 다닌 사람 밑에서 일하고 있게 됨을 발견할 것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안심하지 마라. 당신의 자녀는 확실히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될 테니 말이다.
기술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만 해도 그 밑천은 독서와 관련이 깊다. 지급결제 시스템 ‘페이팔’에서 시작해 전기차(테슬라), 우주로켓(스페이스 X)까지 진출한 엘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로켓까지 배웠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책벌레였다. 나를 잡으러 올 때까지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읽었다.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지면서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로켓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그가 지금껏 읽은 책은 1만여 권에 달한다고 한다. 로켓과학도 그중 하나였다.
-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머니투데이 기사 중) -
기업의 채용 기준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인재 채용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채로 사람을 뽑는 국내 대기업들도 점차 공채를 포기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공채 제도가 통했을지 몰라도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시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채용 기준이 바뀌면 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 또한 바뀐다. 기업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기업이 뽑고 싶은 인재는 정형화된 문제를 잘 푸는 수능 만점자가 아니다. 낯선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줄 아는 창의적 인재를 원한다. 왜냐하면, 지금 기업이 직면한 상황은 매우 낯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낯섦의 항해가 시작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속도가 가속화되어 낯섦의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와 있다. (부모 찬스의 불공평한 입시 제도의 해법으로 정시 확대를 부르짖는 헛똑똑이들은 수능으로 아이들 뽑는 것이 얼마나 불공정한 것인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인재 채용 면접 때 그 사람의 여행과 책에 대한 공력을 알아내는 데에 질문을 집중한다. 책도 안 읽고 여행도 안 다녀 본 사람은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고, 자기가 왜 채용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율이 더 떨어지고 국가는 갈수록 무식해지고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지금만큼 경쟁이 쉬운 시대도 없다. 책 몇 권만 읽으면 독서왕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자 지금 당장 책 한 권 들고 여행을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