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윤 Mar 19. 2022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

iPortfolio의 브랜드 이야기

(본 글은 회사 직원들에게 보낸 글입니다.)


아이포트폴리오 직원 여러분, 


현재 우리 회사의 상품 브랜드는 아래와 같습니다. 

솔루션 브랜드: Spindle Books (스핀들북스), Cample (캠플) 

서비스 브랜드: READING & (리딩앤), SPEAKING & (스피킹앤)


각 브랜드에는 우리가 전달하려고 하는 교육적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가치라는 것은 고객들이 느끼는 그 무엇이지, 우리가 고객들에게 그들이 갖게 될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Value is something customers feel, not something we tell them they get.



그런 의미에서 위 브랜드 이름에 담겨 있는 우리의 의도와 철학을 고객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기회 될 때마다 지금처럼 해야 한다. 다만, 우리 안에서는 명확히 공유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각 브랜드명이 함의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1. Spindle Books




Spindle은 대부분이 읽으면서 자란 Sleeping Beauty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등장하기 때문에 영미 문화권 아이들에겐 매우 익숙한 단어입니다. 우리말로 '물렛가락'입니다. 마녀의 예언대로 이 물렛가락에 찔려 공주는 100년 간 잠에 들게 됩니다. 그 당시엔 프로포폴이 없었을 테니 잠재우려면 스핀들이 필요했나 봅니다. (앞으로 잠이 안 오면 스핀들 북스로 독서를 합시다.)   


(리딩앤, Oxford Classic Tales Sleeping Beauty 중) 

공주는 스핀들에 찔려 즉각 꿈나라로 갑니다. 



이 Spindle이라는 단어는 성경의 잠언서 마지막 장에도 나옵니다. 솔로몬의 잠언이라고도 하는데요, 마지막 장은 어머니가 왕인 아들에게 교훈하는 형식의 글입니다. '이런 배우자를 만나라'는 부분에는 부지런하고 가난한 이웃을 살피는 여인을 묘사합니다. 이 슈퍼우먼은 추운 겨울에 가족을 위해 물렛가락으로 옷을 만들고 팔아서 이윤을 남기기도 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 여가부에서는 성경을 금서로 지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31장 17~21절:
She sets about her work vigorously; her arms are strong for her tasks.

She sees that her trading is profitable, and her lamp does not go out at night.

In her hand, she holds the distaff and grasps the spindle with her fingers.

She opens her arms to the poor and extends her hands to the needy. 


힘으로 허리를 묶으며 그 팔을 강하게 하며

자기의 무역하는 것이 이로운 줄을 깨닫고 밤에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손으로 솜뭉치를 들고 손가락으로 가락을 잡으며

그는 간곤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


우리의 디지털북 솔루션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좋은 원재료를 가져다 더 가치 있게 만들어내는 베틀입니다. 그래서 여성적(Feminine) 이미지의 단어를 찾았습니다. 콘텐츠가 양(+)이라면 그것을 담아내는 음(-)의 단어를 찾았고 강인한 어머니의 이미지와 함께 베틀에서 탄생하는 창조적 결과물을 생각하여 Spindle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스핀들의 디자인이 P자에서 실밥이 풀려 책 모양을 그려내고 있는 형상인 이유가 설명이 됐나요?


2. Cample

우리의 화상 교육 솔루션 캠플. Camp + Play의 합성어입니다.  


우리는 친구들끼리 캠핑을 가면 캠프 파이어 주변에 둥그렇게 앉아 무엇을 하나요? 각자 핸펀을 들여다보고 있겠지요. 그러나 핸드폰 없던 시절에는 서로 재미있는 얘기를 돌아가며 하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어는 누가 가르치는 교실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언어학자, 인지과학자들의 결론입니다. 즉, 영어는 "공부"해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모든 언어는 무의식적으로(Subconsciously)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겁니다. 전문용어로 Intentional Learning (의식적 공부) 보다는 Incidental Acquisition (우연히 습득)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리딩앤, ORT The Power Cut 중)


그래서 "어디서 영어를 배웠니?"를 영어로 하면 "Where did you pick up English?"가 되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주워 담는 것이죠. 가장 많이 주워 담을 수 있는 기회는 게임을 하거나 놀면서입니다. 긴장을 하지 않아야 코티솔 분비가 차단되고 언어가 습득됩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언어를 습득할 수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긴장감 때문에 코티솔 과다 분비의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캠프 파이어 주변에 둘러앉아 재미있게 Play 하다 보면 말문이 트이고 표현이 자랍니다. Cample의 a자는 캠프 파이어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ORT Survival Adventure 중)


3. READING & / SPEAKING &



ampersand라고 읽는 &는 "and"의 뜻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and라고 읽기도 합니다. 라틴어로 '그리고'에 해당하는 et의 E와 T를 합쳐서 만든 글자입니다. 


그런데 왜 and라고 하지 않고 ampersand라고 했을까요? 한 때 알파벳의 27번째 글자였던 &는 X, Y, Z, and &로 읽게 되면, x, y, z, and and로 and를 두 번 겹쳐 읽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그래서 라틴어에서 'by itself' 또는 'of itself'의 뜻을 지닌 'per se (퍼 세이)'를 중간에 넣어, x, y, z, and per se and라고 한 것입니다. 해석하자면 '엑스', '와이', '제트', 그리고 그 자체로서의 '그리고'. 이때 and per se and를 빠르게 읽으면 ampersand가 됩니다. 이렇게 ampersand를 구성하는 per se는 "스스로, 혼자서, 그 자체로(by itself)" 또는 "저절로(of itself)"의 뜻을 지녔습니다. 




언어능력은 목표 언어로 사고(추측, 추론, 비판, 평가, 질의, 감상)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깨달아(자각/自覺)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 


학부모 세미나 때 목이 쉬도록 부르짖는 "언어 습득의 원리"입니다. READING &과 SPEAKING &의 &는 리딩과 스피킹을 넘어서 '그리고(&)' 뭔가를 더 주는 영어 학습 이상의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영어를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그리고 "저절로" 습득하도록 돕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교육 업체들이 부모에게 조급함과 공포감을 심어주는 협박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하셨습니까?"
"이 아이는 선행학습이 충분치 않아 배정할 반이 없습니다."

"아직 파닉스도 떼지 않았으면 많이 늦었네요."
"아이가 우리 학원을 다니면 오히려 기가 죽어 좌절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하지만 속성반으로 잘 끌어주면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좀 비싸긴 합니다만..."


우리는 과거 10년간 절대로 이런 저급한 상업적 접근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의 철학은 이미 우리의 브랜드에 다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아이의 그릇에 물을 채워가며 얼마나 담기는 지 측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고, 그릇의 크기를 늘려갈 수 있도록 -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 도와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그릇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담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불이 붙어 주변을 훤히 밝히는 빛이 되는 법입니다.
그것이 교육입니다.   


부록: 리딩앤의 &은 손에 책을 들고 앉아 있는 아이를 형상화한 것이란 걸 알고 있나요? 


 끝. 

작가의 이전글 2022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