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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Aug 03. 2022

방구뽕은 사상범이다

방구뽕은 파렴치범이 아니라 사상범이다

우리나라 사교육 현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스카이 캐슬>, <그린 마더스 클럽> 등이 있다. 비뚤어진 사교육의 현실을 풍자하면서 K-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하여 인기를 끈 드라마들이다.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9화 '피리 부는 사나이' 편은 이들 드라마들보다 한 차원 높은 풍자를 그려냄과 동시에 수준 높은 재미를 선사한 에피소드였다. 과장된 허구와 메타포를 동원한 듯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더 현실적으로 비판한 돌려까기의 진수였다. 문지원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하여 기립 박수를 쳤다.


나의 뇌피셜이지만, 문지원 작가는 시사인 2020년 2월 11일 자 기사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아이들의 길밥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 에피소드를 꾸민 듯하다. 기사에 등장하는 '자물쇠' 학원, '미정', 편의점 음식, 카페인, 잠 못 자는 아이들의 발육 문제 이야기 등이 고스란히 드라마의 대사에 등장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9화와 함께 시사인 기사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의 초등학생들을 학원버스에 태워 산에 데려가 4시간 동안 실컷 놀다 내려온 아동 약취 유인 피의자 방구뽕씨. 로펌 한바다 변호인들은 그를 망상 장애 환자로 진단받게 하여 감형을 노린다. 그러나 우영우는 재판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출 발언을 한다. 요약하자면;


피고인은 아동을 약취 유인한 파렴치범이 아니라 '현존하는 사회 체제에 반대하는 사상을 가지고 개혁을 꾀하는 행위를 한' 사상범입니다. 망상 장애 진단은 피고인의 감형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어린이 해방에 대한 피고인의 사상을 욕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핵심을 정리한 이 문장 하나!


... 그러고도 한국 어린이의 적이 학교와 학원 그리고 부모가 아니란 말입니까?

 

아이들이 학원에서 새벽까지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놀지도 못하는 걸 아동학대로 규정한 우영우 변호사는 그 원인을 욕심 많고 정신 나간 학부모 탓으로만 몰지 않았다.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학교(정부), 입시를 상술로 수익만을 쫓는 학원, 그리고 정체감 폐쇄군에 속하는 대한민국 대다수 학부모. 이렇게 학교(정부), 학원, 학부모 연합군이 체계적으로 협력하여 대한민국 학생들을 학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원인을 자기 자식의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 학부모 탓으로만 몰고 가기엔 그들도 억울하다.


얼마 전이었다. 대치동의 유명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을 만나 들은 얘기다. 자기도 과거엔 이 동네가 이 정도인 줄은 모르고 들어왔는데 주변 아파트에서 두 달에 한 명 꼴로 학생들이 투신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트를 얻으러 부동산에 가서 학생이 투신하지 않은 동을 찾는다고 했더니, 그런 동은 찾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얘기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대치동이 얼마나 빡세고 살벌한 동네인 지를 말하고 싶었을 테고, 자기가 상대하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센 사람들인 지 나에게 위세를 떨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들 모두 때려잡아야 할 두더지 같은 한 패거리일 뿐이다. 방관하고 있는 정부를 포함해서 말이다. 주범이 누군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학원, 학교, 부모는 모두 공범이다.  


이전 정부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무능한 사람을 교육 수장으로 앉히더니 이번 정부는 그나마 좀 낫긴 하다. 최소한 술 먹는 건 잘하는 사람을 앉혀 놨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보다 뭐라도 잘하는 게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술만 잘 마시는 게 아니라 마신 뒤 운전도 잘한다. 일반 교원의 경우 음주운전 이력은 곧 교감, 교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의 박탈을 의미하는데 이 분은 교육부 장관 자격이 주어졌으니 참 놀라울 따름이다. 오죽하면 친정부 언론에서 조차 한 소리 하지 않는가. 윤석열 새 정부 ‘교육’이 안 보인다

   


복지 차원에서 모든 학생의 영어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입시를 잘못 건드리면 진보 보수 양쪽 모두 들고일어나 나라가 창난젓이 될 것이 자명하기에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영어 교육부터 정상화하라. 이미 수능에서 영어 과목을 상대 평가에서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했으니 절반은 왔다. 시작이 절반이니까.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의 절반이 영어에 투하된다.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히 드러나는 분야가 영어다. 그래서 복지 차원에서 모든 학생의 영어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국가에서 바보짓만 안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분야다. 교육 예산도 충분하다. 수포자는 하나님 빼고 구제할 방법이 없으나 모든 학생이 의사소통에 필요한 충분한 수준의 영어 구사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독서는 영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다. - 스티븐 크라센 -


영어에 있어서 사교육과 공교육의 가장 큰 차이는 콘텐츠와 방법론(pedagogy)의 차이다. 시설과 도구 면에서는 더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설은 이미 학교가 앞선 지 오래고(운동장 있는 단독 건물 vs 상가 임대), 각종 도구도 이젠 차이가 없다. 학교에 전자칠판에 태블릿이 없어서 사교육에 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교사 당 학생 수 타령도 통하지 않는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한 반 학생 수가 20명이 채 안 되는 학교도 수두룩 하다.   


전자칠판과 1인 1 태블릿을 갖추는 데에 수천 억 교육청 예산이 쓰이는 데에 반해 영어 교육에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에는 거의 예산이 없다. 세상 어느 나라 사람이 교과서로 언어를 배우는가? 나는 국어 교과서를 접하기 전에 이미 한국말을 알아듣고 말할 줄 알았다. 최소한 영어 교과서는 모두 소각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Authentic Contents를 접하면서 영어를 무의식적으로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Reading이다. 학원과 학교의 차이는 이 읽기 책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올바른 방법론은 이미 방구뽕씨가 법정에서 외친 바 있다.


 대한민국 어린이는 당장 놀아야 한다!


그리고 예민한 얘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꺼내지 못하는 말이 있는데, 한번 솔직해 보자. 영어 못하는 선생님이 영어 수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자격 있는 원어민 또는 그 수준의 선생님을 충분히 채용하여 학교에 공급해야 한다. 밥그릇 문제와 돈 문제가 있다고? 지금 교육 예산은 갈수록 처치 곤란할 지경으로 쌓이고 있고 (앞으로 학생 수가 절반으로 급속히 줄어들 동안, 예산은 3배가량 상승하게 됨), 밥그릇 문제는 부모들이 촛불 좀 들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일차 방정식도 풀 지 모르는 수학 선생님이 당신 자녀에게 수학 가르치면 가만히 있을 텐가?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어서 몇몇 꼭지만 얘기했지만 전국민의 평생 고충인 영어 문제만 공교육을 통해 해결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핵보유국 이상의 파워를 지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들도 이제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 그만 돌리고 깊은 반성과 함께 아이를 행운아로 만들어 주길 부탁한다. 운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다. 운이 좋은 아이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아이가 아니라 올바른 교육관을 갖고 있는 부모를 만나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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