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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Jan 02. 2023

2023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아이포트폴리오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

아이포트폴리오 식구 여러분, 


행복을 믿으십니까?


2022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에서는 '감사'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던져봅니다. 2023년에는 모두가 행복에 집중합시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지 국가가 행복을 '보장'해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행복은 각자의 몫입니다. 저는 여러분 보다 일찍 태어난 덕분에 이 행복 추구 권리를 행사할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나름 발견한 것들이 있습니다.  


1. 행복한지 여부를 구분하는 좋은 기준은 시간의 속도입니다.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죠? 행복한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반면,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간이 참 더디게 갑니다.


행복한 상태 → 시간이 빨리 감


그 역도 성립할까요?


시간이 빨리 감 → 행복한 상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 우리는 행복한 상태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느낌은 언제 들까요? 3시간짜리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났다고 생각됐는데 벌써 끝나버리더군요. 재밌는 건 우리에게 행복감을 줍니다.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몰입을 영어로 immersion이라고 하죠. 어디에 풍덩 빠진다는 뜻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복에 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 '몰입'이라는 단어를 'Flow'라고 표현했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행복은 마치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2. 그렇다면 회사일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There's a saying that if you do what you love, you'll never work a day in your life. At Apple, I learned that's a total crock. You'll work harder than you ever thought possible, but the tools will feel light in your hands. As you go out into the world, don't waste time on problems that have been solved...


애플의 CEO 팀 쿡이 말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이 곧 행복이 될 거라는 시중의 얘기는 다 개소리라고. 팀 쿡의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오히려 연설 전체를 들어보면 자기가 믿는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자기가 당시 잘 나가던 컴팩(Compaq)이라는 회사에 있을 때 스티브 잡스의 제의를 받아 부도나기 직전의 애플로 건너온 이유도 그 핵심 가치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핵심 가치, 즉 신념을 갖고 사명을 향해 정진할 때 몰입이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애플의 핵심 가치는 굳이 여기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남의 회사 핵심 가치에 신경 쓸 시간에 우리의 핵심 가치나 챙깁시다. (iPortfolio's Core Values)        


혹자는 꼭 무슨 사명 없이도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하고, 서점에서는 '꿈 없어도 괜찮아' 류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합니다. 속지 마세요. 사명이 없다면 욕망을 좇을 수밖에 없는 게 인간입니다. 욕망의 끝은 항상 후회로 끝납니다. 욕망의 충족은 일시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행복의 속성에는 지속성이 있습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 불행의 동의어 중 하나는 후회입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만들어졌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명을 가져야 합니다. 신의 섭리입니다.(무신론자에게는 자연의 섭리.)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명'을 좇아야 합니다. 미쿡말로 '미션'. '행복'은 쫓아가 봐야 소용없습니다. 행복은 잡으러 가는 게 아니라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가는 대신 오는 것들. 잠 같은 것 말입니다. '잠이 안 와요'라는 표현과 같이 잠에게 가 봐야 달아날 뿐입니다. 행복은 잠처럼 와야 하는 것입니다. 사명을 좇으면 행복이 오기 마련입니다. (탕웨이 어투로) 마침내.  



그 일이 좋으십니까?


일 얘기가 나왔으니 두 석공 얘기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일이 좋으십니까?"

한 석공에게 물었습니다. 석공이 대답했습니다.

"벽 쌓은 일을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했어요. 아주 지루한 일입니다. 타는 듯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온종일 일해야 해요. 저 무거운 돌덩이를 매일같이 옮겨야 하니 허리가 남아나질 않네요. 게다가 살아생전에 완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죠."

또 다른 석공에게 물었습니다.

"그 일이 좋으십니까?"

이번 석공은 생기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이 일이 정말 좋습니다. 저는 지금 대성당을 짓고 있거든요. 사실 이 일을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했어요. 지루한 일이기도 하죠. 타는 듯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온종일 일해야 하니까요. 저 무거운 돌덩이를 매일같이 옮겨야 하니 허리도 남아나질 않아요. 사는 동안 완공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지금 제 손으로 대성당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석공은 대성당 설계자나 스테인드글라스 전문가보다 덜 중요한 사람이 아니지만 첫 번째 석공은 그저 언제든 교체 가능한 일꾼에 불과합니다.


이 이야기는 2017년 제주도 워크숍 때 얘기했던 Simon Sinek의 책 <START WITH WHY>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2017년 제주도 하계 워크숍 미션 티셔츠>



성공 방정식이 있는가요?


Reform the way we teach and learn language through the support of innovative technology.


우리 회사의 미션은 70년 이상 묵은 고질적 영어교육 문제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개선이 아니라 개혁입니다.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최다 투자, 최저 효과) 영어교육을 개혁해야 합니다. K-컬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남 보기에 쪽 팔려서라도 개혁해야 합니다. 영어 교육은 보편적 복지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 기회의 균등한 제공 차원이 아니라 국가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나라가 할 생각을 안 하거나 못한다면 우리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컨설턴트는 애플을 예로 들면서, "좁은 길을 택한 그들의 영향력은 쉽게 모방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2014년 창업 초기, KBS 1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사회자가 물었습니다.

"회사가 믿는 성공 방정식이 있는가요?"

예상 질문은 아니었지만 제 입에서 자동으로 답변이 나왔습니다.

"좁은문으로 가는 겁니다."


우린 창업 이래 현재까지 좁은 길을 택해서 왔습니다. 교육은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하기에 투자하겠다는 벤처캐피털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쉽게 돈이 되는 입시/시험 시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제대로 뿌리부터 뽑겠다는 심정으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돈벌기) 어렵다는 리딩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상품을 팔지 말라고요?


상품을 팔지 말고 우리의 신념을 팔아야 합니다. 그 신념은 우리의 핵심 가치를 근거로 합니다.

 

우리의 신념대로 타협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타협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고객(학부모)의 자녀가 영어를 유창하고 수준 높게 구사하여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학부모 보다 더 진심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부모가 원하는 기능을 무조건 추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자녀를 위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1. 비교하지 않습니다. 누가 AR 지수가 높은가, 누가 단순히 읽은 책의 숫자가 높은가, 누가 현시점에서 발음이 좋은가. 과거의 아이와 현재의 아이를 비교할 수는 있어도 옆집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으로 제공합니다.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영어 자체가 아니라 경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원리대로 꾸준히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습니다. 


2.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레벨 테스트 후 학원에서 흔히 쓰는 "아이가 이 지경이 되도록 어머님 뭐 하셨습니까?"류의 공포심 유발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3. 영어는 영어로 배우게 합니다. 당장의 뜻을 한국어로 해석해 주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영한사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전을 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노출로 영어를 영어로 무의식적으로 습득하도록 돕는 것에 집중합니다. 정 사전을 찾아보겠다면 지속적인 추론을 유발하는 영영사전을 제공합니다. 리딩앤에 영한사전이 아닌 영영 사전이 탑재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영한에서 영영사전으로 교체했을 때 학부모와 학원의 항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4. 평가하지 않습니다. 독서는 자발적이고 재미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평가는 공부로 이어지고, 공부는 하기 싫어집니다. 평가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촉진하여 언어 중추를 마비시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독서를 재미없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리딩앤의 모든 MDR 활동은 정답을 맞힐 때까지 무한번의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칭찬으로 마무리합니다.


5. 최고의 도서들만 소개합니다. 저급한, 검증되지 않은 도서는 단 한 권도 리딩앤에 발을 들여놓지 못합니다. 좋은 영어 읽기 도서는 영어권 국가에서, 특히 공교육에서 선택받고 검증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많이 팔립니다. 그러한 책들은 출판사들이 디지털로 제공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종이책 시장과의 충돌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리딩앤의 도서들은 바로 그러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ORT는 옥스포드대학에 4년 반을 집요하게 졸라서 가져온 것입니다. 130여 통의 이메일 폭탄을 날리고 옥스포드에 20번 넘게 찾아가서 마침내 허락을 받아온 것입니다.


6. 제대로 된 단계를 밟아갑니다. Input(듣기/읽기)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Output(말하기, 쓰기)을 연습시키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연습시키면 단기간에 영어로 말할 수 있어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Input의 양, 특히 독서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훈련(drill)을 시키면 나중에는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말하는 내용이 매우 빈곤해지고 말할 의욕을 상실합니다. 학부모님께 학습 효과를 어필하기 위해 단기 효과에 집중하는 것은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당장은 효과를 보이지만 궁극에는 내성이 생기고 면역력만 떨어집니다.


7. 지름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걸 제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래 걸립니다. <How Languages Are Learned> (옥스포드대학 출판)의 저자 Patsy Lightbown 교수가 말하기를 영어 학습 최대의 장애물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는 착각'이라고 했습니다. 영어는 언어 습득 원리에 입각해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인내심이 요구되고 그만큼 어렵습니다. 학부모의 인내를 돕기 위한 방법을 밤낮으로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영어 습득의 원리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과는 타협하지 않는 걸까요? 스티븐 크라센 교수는 "독서는 영어를 습득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언어는 사고(추론, 추측, 감상, 평가, 공감 등)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깨달아 저절로 습득되는 것입니다. 독서가 바로 이 과정 전부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방법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책, 밥, 잠이라고 합니다. 밥 먹고 잠자는 것 외에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꼽으라면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겁니다. 우리는 영어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디지털로 접하지만 종이책도 좋아하게 하는 기적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능력 vs 신념

    

회사의 채용 목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신념이 회사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사람을 채용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가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직 문화를 모든 직원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있거든요. 그래서 기업에서는 인재를 채용할 때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직 문화의 방향성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함께 이루어 갈 수 있는 동료인지를 알아보는 과정, 경력이 번지르르한 사람들보다는 회사의 철학과 가치를 믿는 사람들을 뽑았을 때 훨씬 더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 에어비엔비 채용담당 -


최근에 입사한 분들께 묻습니다. 여러분 신념과 우리 회사의 신념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겠습니까? "예"라면 우리 회사에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걸 보장합니다. "아니요"여도 괜찮습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도 있지요. 그런데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이직을 하게 되면 이력서가 보기 안 좋아지니까 최소 2~3년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시간을 가져 보십시오. 그러고 나서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네.카.라.쿠.배.당.토.하로 어렵지 않게 이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선배들의 이직 사례들이 차고 넘칩니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 던졌던 '행복'이란 화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어느 개그맨이 그러더라고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어도 아~~ 주 많은 돈으로는 살 수 있다."     


이 부분은 아직 체험해 보지 못해서 부정도 긍정도 못하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행복, 잠과 더불어 돈도 같은 속성이 있다는 겁니다. 적당한 돈이 아니고서는 목표 삼는다고 오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입니다. 핵심 가치에 이것을 명시했습니다. 가시적 성과(成). 그래서 우리 회사는 아~~ 주 많은 돈을 좇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돈벼락을 맞을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에는 배에 타고 있는 여러분들도 그 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회사는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매년 PS로 직원배당을 하여 입증하고 있습니다. 걱정말고 나의 행복에 집중합시다.


2023년 한 해 모두 행복하길 기도합니다!


대표이사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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