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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Jul 11. 2024

나는 중국이 무섭다 1

오랜만에 중국 출장 다녀와서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앨빈 토플러 -


1. 나는 한국 교육이 바뀌었으면 한다. 내 자식과 그 후손들이 좋은 교육을 받아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뭘 못하던 때는 지났다. 교육 예산이 넘쳐난다. 지금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압축성장의 길 그대로 압축소멸의 내리막 길을 걷게 될 것이다.


2. 5년 만에 중국에 다녀왔다. 중국은 3년 전 사교육 금지라는 '쌍감' 정책을 발표했다. 사교육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도산했고 중국의 대형 교육 업체들의 수백 불 하던 주가는 $1 이하로 폭락했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사업을 벌이던 중국의 파트너사에서 보내주던 로열티가 0에 수렴했고 최근까지도 잠잠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로열티가 들어왔다. 중국에 무슨 일이? 당장 가봐야 했다.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파트너사 사장은 나에게 2022년 판 <英语课程标准>이라는 문서를 건네줬다. 우리나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영어교육과정 개편안과 유사한 문서다. 공통점이 많았다. 우리가 '이해'와 '표현'의 실질적 영어로 교육 과정 전환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같은 '이해'와 '표현'으로 문서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두 문서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본질'에서 차이가 보였다.  

3. 현재 우리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수 백억 원을 시작으로 조 단위 돈을 쓸 채비를 하고 있다. 만들고 계신 분들은 다 나름 사명을 갖고 임하시겠지만, 영어에 국한해서 비판을 하자면, 교육의 핵심, 즉 본질은 그대로 두고 자꾸 딜리버리 시스템만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AI로 내가 좋아하는 메뉴도 추천해 준다. 그래서 번개같이 오는 맞춤형 배달 음식. 포장 그릇도 쌈빡하게 바뀌고 젓가락과 포크도 좋아졌다. 근데 말이다 ... 음식이 맛없다. 빨리 오고 취향저격 메뉴도 추천해 주는데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만 빠져있다. Where's the beef?


4. 물론 극심한 학력 격차를 보이는 학생들 사이에 '수준별 개인 맞춤'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력 격차에 따른 낙오 학생을 구원해 줄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의 본질에는 큰 변화가 없다. 교육의 본질은 그 평가 방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토록 찬란한 '수능'이 있다. 더 이상 뭣을 말하랴.   


수능은 토익과 공통점이 많다. 돈을 부으면 고득점 나온다. 현행 입시 제도 하에 전체 인구의 3%에 해당하는 강남 3구에서 서울대 (정시) 합격자의 20% 이상을 배출하는 이유다. 또 다른 공통점은 점수가 높다고 실력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실력을 '문제 푸는 실력'으로 정의하면 다른 얘기지만 말이다. 토익 고득점자 중에 영어 하는 사람 구경을 못했다. 최근에 토익 960점 지원자가 자기소개도 영어로 못하길래 면박을 줬다. 너무 많이 봐서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블라인드에 '성격 개 같은 사장'으로 글이 올라오면 바로 그놈이 쓴 거다.


5. TOEIC과 비교해서 IELTS는 다르다. 비법과 요령으로 고득점 맞기가 어렵다. 영어를 잘하면 TOEIC 점수가 높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영어 실력이 안되는데 IELTS 고득점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말이다... 중국의 영어 입시를 IELTS처럼 바꾼다고 한다. 아 ... 씨.  


6. 영어 교육의 핵심은 AI 디교가 아니다. 그런 거 필요 없다. 영어 교육의 본질은 해당 언어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 인지(Active Cognition)를 유발하는 학습을 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현재까지 검증된 학습법은 '독서'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주입과 반복 그리고 평가다. 수동적 인지(passive cognition) 회로를 극대화하여 58000 rpm으로 돌린 후 수능 영어 시험으로 평가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말만 못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하고 싶은 말이 없다.   


7. 우리의 공교육은 '과외 활동'으로 영어독서를 장려할 수 없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위배가 되고, 사교육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사교육이 조장되는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를까?) 초등 어휘를 넘어서는 단어를 초등생이 접하면 눈이 멀기 때문일 수도 있다. peace는 가르쳐도 되는데 peaceful은 선행이기 때문에 가르칠 수 없다. AI DT 영어 과목에 디지털 라이브러리가 들어가면 검인정을 통과하지 못한다. 영어독서는 선행학습이다.


8. 영어에서 AI가 가장 유용하게 쓰일 곳은 수준 별 문제은행 제공이 아니라 수준별, 관심사별 도서 추천, 그리고 맞춤형(속도, 어휘, 문장길이) 회화 연습이다.    


9. 중화인민공화국 교육부의 2022년 <영어과정표준> p40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과외'로 영어 독서를 장려하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학년별 최소 독서량을 제시한다. 중3의 경우 최소 15만 단어 분량. 리딩앤 레벨 7~9 기준으로 130권 정도 된다. 아래 글을 읽고 울고 싶어졌다. 나는 중국이 무섭다.


===== 아 래 ======


넷째,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과외 독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독서 소양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독서 환경, 자원, 방법을 제공하여 좋은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서를 통해 전인적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중학생들의 인지 발달 요구와 언어 수준에 맞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갖춘 독서를 선택하여 보충하거나,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 수준과 관심사에 맞는 독서 자료를 선택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독서 계획이나 독서 과제 목록을 작성하고, 교과 내용을 참조하여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성장, 가족, 학교, 과학, 사회 문제 등의 주제를 선정해 긍정적인 내용을 담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매일 일정한 독서 시간을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정독과 다독, 수업 내 독서와 과외 독서를 결합하여 독서 과제를 숙제로 통합하고, 정기적으로 독서 성과를 발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사는 학습의 규칙을 따르고, 학생들의 차별화된 요구를 충족시키며, 지속적 조용한 독서, 독서 일지, 이야기회, 연극 공연, 독서 감상문 공유 등의 활동을 지도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독서 경험을 현실 생활과 연결시켜 감정적 공감과 독서 기대를 불러일으키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독서 기술과 전략을 더욱 발전시키고, 독서 유창성을 높이며, 독서량을 늘리고, 지속적인 독서 관심을 유지하며, 좋은 독서 습관을 기르고, 건강한 독서 취미를 형성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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