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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May 26. 2024

자율이란 무엇인가?

학교 다닐 때 한 자율학습은 자율인가?

@iPortfolio All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


연초에 작년 이익배분(PS)을 위해 팀장들의 팀원 평가를 받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팀장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OOO에게 이 일을 맡기면 어떨까?"라고 묻곤 합니다. 그때마다 가장 아쉽고 한숨 나오는 대답은 "그 친구는 딱 시킨 만큼만 해 온다"라는 답변입니다.


돌이켜 보면 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율'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을 단순화하여 얘기하자면, '정해진 각 과목의 내용을 주입하고 누가 그것을 더 많이 알고 있는지 평가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다양한 탐구를 하며 뭔가를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자율학습이란 것도 '알아서 시험공부 하는 것'에 불과한 말입니다. 심지어 독후감도 같은 책을 읽고 써 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들어가서 수강 신청부터 자기가 해야 되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적잖이 당황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묻는다면, 우린 기본적으로 '자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규율과 통제로 성장한 나라에서 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편의상 우리의 접근과 다른 교육을 S교육이라 부르겠습니다. S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고 그 대신 'Self-discipline'을 강조하는 교육을 합니다. Self-discipline에 정확히 1:1로 매칭이 되는 한국어가 없어 그냥 영어로 쓰겠습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자기 규율' 또는 '자기 훈련'이지만 우리가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이라 어색합니다. 그만큼 Self-discipline의 개념이 우리에게는 익숙한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서 '자율'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우리 회사는 휴가가 '자율'입니다. 그리고 RS때 책을 정하는 것도 '자율'입니다. 

대외적으로 '자율 휴가제'를 운영하는 회사로는 미국의 넷플릭스, 한국에서는 토스가 있습니다. 휴가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자율'을 강조하는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이 두 회사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해고로, 고용노동법이 경직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간접적으로 권고사직을 통해 매년 20% 정도의 인원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토스는 한 때 44% 정도의 연간 퇴사율을 보였습니다.) 직원에게 '자율'의 권리를 주는 대신, 회사는 강력한 Self-discipline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 겁니다. 토스는 한 때 홈피에 '상자 속 썩은 사과는 다른 사과도 금세 썩게 만들어 상자 전체를 버려야 하는 상황을 가져온다. 그래서 상시로 썩은 사과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홈피에 게재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어떤가요? 우리 회사는 넷플릭스나 토스처럼 소위 '하위 20% 물갈이 정책'이 없습니다. 내가 홧김에 팀장 회의 때 "연말까지 저성과자 내보낼 생각 해!"라고 언성을 높일 때가 있지만 우리 회사의 인재상을 다시 곱씹으며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그래도 잘하는 게 뭔가는 있을 거야. 회사 이름이 iPortfolio인 이유입니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강점 재능이 있다는 다중지능 이론의 재능 포트폴리오에서 회사 이름을 따 왔습니다. 


사람들이 자율적이지 않은데 제도만 '자율'이면 어떻게 될까요? 맞습니다, 회사는 실리콘밸리 놀이하다가 망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주주자본주의를 따르지도 않고, 스타트업 생애주기를 따를 생각도 없습니다. 실리콘밸리 놀이 하느라 '자율'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자율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인재상 6가지에 나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딱 시킨 만큼만 해 온다"는 소리 듣는 인재가 아니라 내가 하겠다고 손을 먼저 들고, go the extra mile 하는 인재가 되어 주세요. 여러분에게 '자율'을 강조하는 건 '사고'를 쳤을 때 회사가 책임지겠다는 겁니다. 제발 사고 좀 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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