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밤이면, 나의 작은 개는 숨을 헐떡이며 안전한 곳을 찾아 온 집안을 헤맨다. 안방으로 갔다가, 식탁 밑으로 숨었다가, 누워있는 내 배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어디에서도 안심하지 못한 채 계속 헉헉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닌다. 정체 모를 큰 소리와 평소와 다른 공기의 진동에 불안을 느끼는 듯 하다. 재미있게도, 녀석이 불안에 휩싸여 헐떡이는 표정은 신나게 놀고 기분이 좋아서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쉴 때와 같다.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안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라도 하는 듯이.
작은 개가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온 가족이 덩달아 잠을 설친다.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배 위에 올라 앉은 녀석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그럼에도 불안이 가시지 않은 개는 내 명치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 한번 안전한 곳을 찾아 집안을 배회한다. 그러면 이번엔 엄마가 녀석을 갓난아기처럼 품에 안고, 집안을 한 바퀴 돈다. "봐봐, 그냥 바람이 부는 거야. 괜찮아."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이제 엄마보다 키도 훨씬 크고 몸무게도 10kg이나 더 나가지만, 엄마 품에 안겨 어화둥둥 받고 싶은 충동이 든다. 삼십여년 전, 내가 잠 못 들 때에도 저 여인이 나를 안고 '괜찮다. 괜찮다.' 어르고 달래 줬겠거니 상상하면서.
폭풍이 지나 고요해지면 개는 기절하듯 쓰러져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의 모든 기쁨을 끌어안고 나에게 달려온다. 꼬리를 흔들며 온몸으로 환희를 표현하는 녀석의 얼굴은 지난밤 불안에 떨던 얼굴과 같다. 나는 안다. 작은 개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지금은 또 얼마나 기쁜지. 그런 녀석에게서 나를 본다. 억지로 웃어넘기려던 날을 본다. 불안해도 웃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작은 생명체에게 마음이 쓰인다. 안쓰럽기도 하고, 가엾기도 한 녀석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녀석이 규칙적으로 내쉬고 들이마시는 숨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괜찮다. 괜찮다.' 하며 토닥이다 보면 갈색의 윤이 나는 털 만큼이나 따뜻하고 고소한 숨결이 어느새 내 불안도 가라앉힌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충분히 안전해서 어쩐지 마음이 놓인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봐봐, 아무 일도 없지.’
까만 두 눈, 벌름거리는 촉촉한 콧구멍, 털에 파묻힌 며느리발톱과 볼록한 발바닥. 그 모든 것이 자꾸만 나를 살게 한다.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 오독오독 사료를 씹는 소리, 걸을 때마다 타닥타닥 바닥에 작은 발톱이 스치는 소리마저도. 볕이 잘 드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 산을 바라보는, 밤이 되면 암모나이트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이 작은 존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