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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안 Jan 26. 2024

전 정말 피아노를 못 쳐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피아노를 배우다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


대부분 어렸을 때 잠깐이나마 피아노를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피아노 학원은 태권도, 주산 학원처럼 한 번은 거쳐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체르니’까지는 쳤었다. (체르니 몇 까지 쳤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하지만 나는 피아노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금방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해서 ‘그럴 거면 처음부터 뭐 하러 다녔냐’고 부모님께 혼이 났었다. 당시에는 태권도 학원이나 합기도 학원이 가장 재미있던 장난꾸러기 소년이었으니까.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시작한 피아노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 피아노를 칠 기회는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 '나는 피아노를 배운 적 있다'라는 이상한 자부심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교육대학교를 들어가고 음악 시간에 피아노 반주를 배우게 되었다. 당연히 나는 어릴 때 배웠다는 생각에 자신이 있었지만 나의 손가락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반면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피아노 반주를 능가하는 수준의 연주를 거침없이 펼치고 있었다. 근거 없는 자부심이 있었던 만큼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었고 '나는 피아노를 정말 못 친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임용고시 2차 시험 피아노 실기에서 매번 실수를 하고 떨어졌던 나는 피아노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기게 되었다.


교직 생활까지 이어진 두려움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도 아이들 앞에서 피아노를 쳐본 적은 없다. 요즘은 교실에 피아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많은 선생님들이 음악 시간에 인터넷 사이트나 CD를 활용해 반주 음악을 들려준다. 가끔 직접 피아노로 반주하는 동료 선생님을 보게 되면 존경심과 부러움을 듬뿍 담아 응원을 하곤 했었다. 또한 특별실에 있는 피아노를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학생들을 보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도 쳐주세요”라고 했을 때 수줍게 거절하며 ‘나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 있게 피아노도 못 치는 교사구나’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새롭게 도전한 피아노 연습에서 듣게 된 칭찬


휴직을 하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을 때 당연히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피아노 학원은 대부분 어린이들이 다녔고, 그들 보다 못한 내 실력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나는 자존감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망설이다가 우연히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피아노 학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원에 방문하여 상담을 하면서 나는 당연히 '기초'부터 시작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첫 번째 레슨에서 선생님은 내가 기초를 할 실력이 아니라면서 너무 잘 친다고 칭찬을 쏟아내셨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나는 내가 피아노를 못 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완곡을 연주했을 때의 감동


선생님께서 내가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는지 물어보셨을 때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것은 이루마의 곡이었다. 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자주 들어봤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악보를 주셨다. 나는 악보를 보고 너무 어려워서 당황했지만 선생님은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매일 학원에 나가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리고 레슨 시간에 그랜드 피아노로 처음 "river flows in you"를 끝까지 연주하고 선생님의 박수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나도 할 수 있었구나'라는 위로를 받게 되었다.


결국 “할 수 없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아노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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