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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Jun 18. 2020

아끼면 똥 된다

아끼는 것과 소중히 하는 것

아끼면 똥 된다.

진짜로.

작년에 J사에서 향수를 사면서 꽤 큰 핸드크림 샘플을 하나 받았다. 좋은 일 있으면 발라야지 하고 선반 위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렇게 그 핸드크림은 신줏단지처럼 모셔져 그 위로는 먼지만 뽀얗게 쌓이고 말았다.


어느 날 생각했다.

내가 왜 이 핸드크림을 아껴야 하지?

비싸서? 좋은 거라서? 나는 이 비싸고 좋은 것을 지금 누릴 자격이 없는가?

뚜껑을 열고 핸드크림을 조금 찍어 손등에 발랐다.

좋은 향이 났다. 기분이 조금 좋아졌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꼭 '특별한' 날에만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발라야 하는 것일까.
'좋은' 것들은 정말 '특별한' 날을 만들어 주는가?
애초에 '좋은 것'과 '특별한 날'은 누가 결정하는 거지?


나의 하루에 대한 만족치는 내가 정하고 느끼는 거고, 내 하루는 나의 것인데.


특별한 일이 있으면 입고 나가야지 하고 사둔 옷, 가방, 구두.  그러나 중요한 일이 있는 경우 오히려 긴장하게 되어 평소 하지 않던 화장, 입지 않던 옷, 신지 않던 구두를 시도하기 꺼려진다. 그렇게 그 옷과 가방과 구두는 또 옷장에 남겨진다. 그렇게 1년, 2년, 3년이 흐르고, 새로운 옷과 가방과 구두에 밀려 그것들은 잊혀지거나 버려진다.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다룰 필요는 있지만, 물건을 '모실' 필요는 없다. 러니 아끼다 똥 되게 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물건이 있다면, 지금 사용하자.

결국 물건을 아낀다는 것은 그 물건을 소중히 사용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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