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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May 20. 2020

5월은 푸르다

우리를 둘러싼 것들의 생명력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산책도 할 겸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커피를 사러 다녀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뭇잎들은 봄의 파릇파릇한 연녹색에서 여름의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떤 꽃들은 이미 피었다가 지는 중이었고, 어떤 꽃들은 이제 막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다.

슈퍼마켓 앞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을 빼면 꽤 평화로운 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나에게 보이지 않는 곳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불투명하고 위태로운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아직 바람결은 쌀쌀한데 벌써 민소매 차림으로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각각 다른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 노부부도 보았다.

나를 보며 미소를 짓길래, 어차피 마스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겠지만, 나도 미소를 지어주었다.


자연의 푸름에서 느껴지는 싱그럽고 가끔은 무섭기까지 한 그 생명력이 상실과 죽음이 만연한 지금의 상황과 더 대비되어 강렬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커피에 설탕을 넣지 말라고 말하는 걸 깜빡해서 단 커피를 받아왔다는 것만 빼면 꽤 즐거운 산책이었다.

수십 번은 왔다 갔다 한 똑같은 길인데도, 마음의 힘이란 이렇듯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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