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얼굴

by 도토리숲

아버지의 얼굴에는

수많은 구멍이 있다

천연두에게 자리를 내어준

살 조각들이 만들어낸 구멍들

나에겐 숭숭 구멍 난 아버지의 얼굴이

부끄러워 그 구멍 속에

숨어버리고 싶던 유년이 있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수많은 바람이 있다

지친 바람에 나뒹구는 땀 냄새

닳아빠진 오래된 헝겊마냥 힘없는

주름으로 덮여가는 얼굴

어린 눈으로 보았을

전쟁의 바람도

허기진 두 손에 쥐었던

달콤했던 바람들도

메아리처럼 맴돌고 지나가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수많은 눈물이 있다

갈기갈기 찢겨 아궁리에 던져졌던

교과서처럼 버려진 童心

가난한 서러움에 떠돌던 이삿짐들처럼

구멍마다 박혀 닦여지지 않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수많은 내일이 있다

천한 몸뚱이 한 밑천으로

버텨낸 세월

손가락 마디마다

生의 나이테가 쌓여가고

무너지는 몸 일으키며

그리던 배곯지 않은 내일


좁다란 골목길로

아버지의 자전거가 달려간다

자전거 위에 얹혀진 햇살 한줌의 자리만큼

작아진 나의 아버지

빛바랜 옷들 사이로 검게 그을린

아버지의 얼굴은

현무암처럼 온몸으로

바람을 통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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