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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영 Dec 07. 2021

진로#4. 내 안의 공격성을 되찾자

“요즘 학생들은 공격성이 부족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당신 머릿속에서는 바로 이런 말이 떠오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공격적인데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오해하지 말자. 여기서 공격성과 공격적인 것은 다른 의미다. 자기 인생의 공격성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에너지로 자신을 지키는 내적인 힘이다. 옛것을 허물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동력원이 바로 공격성이다.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졸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로에 대한 자기 탐색 및 진로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들 중에는 막연하게 ‘전공을 살려서 진로를 정하고 싶다’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전공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나마 지금까지 해본 거라서’라고 말한다. 


최근 진로상담 중에 유독 자기 탐색이 잘 안 되는 내담자가 있었다. 4학년 2학기, 곧 졸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대부분의 시간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고 있었다. 내담자는 환경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는 곧 졸업인데 진로 고민이 돼서 상담실에 오기는 했지만 아마도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 학생은 친구들과 미래계획이나 진로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고 한다. 간혹 이 내담자처럼 자기에 대한 탐색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정체감 혼미 상태로 욕구의 막힘이 있는 것이다.


공감 → 호기심 → 탐색 활동 → 자율성 → 주도성


욕구의 막힘은 공감적 반응이 없었던 환경에서 자라났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공감적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공감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기심을 자극받은 아이는 탐색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탐색 활동이 가능해지려면 안전한 느낌과 신뢰감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자율성은 이러한 안전한 느낌과 신뢰감이 형성된 안전 기지 안에서 발달하며, 자율성을 바탕으로 해서 주도성이 자라난다. 


이 내담자의 경우, 무언가를 결정할 때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친구나 주변의 이야기에 휩쓸려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도 친구 따라 결정하였고, 대학에 와서 휴학을 결정할 때도 친구 따라 즉흥적으로 선택하였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대부분 하니깐, 우리 과 친구들이 하니깐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담자 스스로는 무언가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자신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없게 된다. 내가 선택했다는 개념이 통합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진로에서 중요한 것은?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얼 하고 싶은가’이다.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인 시각, 주변 및 지인의 권유 등 외부환경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그게 어떤 직업이든 자신에게 맞지 않아 후회가 잇따를 수 있다. 그리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직업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합리적인 진로선택의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의 적성이 어떤 직업에 맞는지,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것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는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그에 맞는 진로방향과 직업군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선택한 직업은 안정적이고, 직업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진로목표를 세워야 무너지지 않게 된다. 


또한 진로준비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직무역량이다. 직무역량은 돈을 주고서라도 갖추어야 할 정도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학생활 때 취업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면 직무 관련 준비다. 직무 관련 경험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인턴십이나 계약직으로 직접 일을 해보는 것이다.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들은 해당 직업이나 분야가 어떠한지에 대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직무 관련 현업 담당자나 학교 선배를 찾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점 관리하고 토익 준비하고 자격증만 취득하려 한다. 결과가 눈에 보이고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향도 없이 스펙 쌓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존재로 그것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세상과 나누면서 살아갈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한 행복의 감정은 우리를 여유롭고 관대하게 만들어주며 우리의 인성을 순화하는 역할까지 해준다. 이 글을 적으면서 문득 “나는 여전히 탐색 활동을 하고 있구나, 나의 호기심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내 일에 만족감이 크구나, 호기심의 표현이 결국 한 사람의 인성까지 순화하였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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