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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담학회 1급 면접 합격 후기

진정한 상담자는 내담자의 히스토리를 들으며 매료될 수 있는 자이다

by 이숙영

2025년 11월 22일, 한국상담학회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를 탔다. 가는 내내 심장이 요동을 쳤다.

“내가 이렇게 마음 졸였던 때가 있었나?”, “이렇게 간절히 무언가를 원하며 시험을 쳤던 때가 있었나?”


면접은 2시 55분이었지만 1시경 서울역에 도착해 면접 장소인 한양공업고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물을 한 병 샀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정리한 내용을 보는데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화면 캡처 2025-12-02 141526.png

시간이 되어 입실을 한다. 사례 읽는데 주어진 시간은 15분, 사례지를 놔두고 면접 장소로 향했다. 면접관의 첫 번째 질문은 '애착이론과 제3세대 이론 중에서 선택하여 사례개념화를 해보라'라고 한다. 질문에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지만(인지행동치료로 연습을 많이 했기에) 제3세대 이론 중 '변증법적 행동치료'로 사례를 풀어나갔다. 두 번째 수퍼비전은 사례와 관련된 내용(투사적 동일시)의 질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윤리 문제를 읽어주는데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온다.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 후 두세 문장 얘기한다. 공부한 흔적으로 어느 페이지의 위치까지도 생각이 나는데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지막에 한 가지 더 얘기하고는 나왔는데 불안한 마음에 다시 가슴이 쿵쾅거린다. "내가 평가불안이 이리 높은 사람이었나?"


그 후 일주일 동안 아팠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침을 삼킬 수가 없다. 가끔 악몽도 꾸면서 수업하는 것 이외에는 집에 있었다. 그동안 못했던 학생들 중간고사와 과제 채점을 하면서 박재연의 『조용한 회복』 도 읽었다. 그리고 12월 1일 오후 5시 합격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1급 전문상담사 확인서.png


결과를 보고 박수를 쳤다. 그동안 애쓴 나를 두 손으로 보듬어준다.

면접관님! 감사합니다.


면접에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전문상담사로서 비전을 다시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정리해 본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는 상담을 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는 경험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고 '살아내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한 때 극심한 외로움으로 고통 속을 헤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미친 듯이 책을 읽었고 결국은 상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은 상담 공부를 한 것이다. 그 어떤 공부보다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내담자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도울 때가 더 많았다. 그들 덕분에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제게 주어진 나머지 삶을 전문 상담사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제 삶은 더 큰 의미로 가득할 겁니다. 그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습니다.

"진정한 상담자는 내담자의 히스토리를 들으며 매료될 수 있는 자이다"라는 말을 실천하는 상담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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