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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할머니와 부모님의 젊음을 먹고 자란 것 같네

이 시간을 붙잡고 싶다

by 실비아

늙지 않는 약이 나왔으면 참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요즘 참 많이 든다.

할머니께서는 사촌오빠 결혼식에 끝내 참석을 하지 못하셨다. 갑자기 쓰러지셨다. 할머니는 결국 중환자실에 며칠씩이나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엄마는 차마 앞에선 못우시고 남들 안볼때 뒤돌아서 눈물 훔치셨다는 말을 듣고 괜시리 마음이 미어졌었다.


병원 수술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곧 나오실테니 앞에서 기다리세요"라는 의사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다렸다. '곧'이라는 의미는 뭘까? 10분 이내를 말하는게 아닌가? 초조했다. 90분이 흘렀다.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나오신 할머니는 건강하신 상태였다. 다른 환자분들이 침대 위에 누워서 나오시는 걸 보고, 할머니를 만났을 때 울음부터 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말이다. 할머니는 나오시자마자, 핸드폰을 다급하게 찾으셨다.내 핸드폰을 전달드리자마자 집에 계신 할아버지께 전화를 하셨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스피커폰 밖으로 들렸다. "언제와요. 보고싶어요. 빨리와요"
할머니도 "금방 곧 갈게요. 나도요"라고 대답 하셨다.




가족이란게 이런거구나

너무 가까이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이렇게 또 한번 일깨워주셨다. 내가 나이가 들고 아프더라도 옆에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가족만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부족함을 일깨우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것 같다.



할머니,할아버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어쩌면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언제나 내곁에 있어줄것처럼 매일을 살아가지만 언젠간 이별이란 가슴아픈때를 맞이하겠지라는 생각만해도 눈물이난다.



늦지 않게 해야할 일

나도 이렇게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자꾸만 올라오는 불안한 생각으로 이 상황을 담담하게 대하기가 힘든데 할머니는 얼마나 무섭고 힘드실까. 할머니한테 무엇을 해드리면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아무것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사셨는지 4남매가 얼마나 할머니의 사랑으로 어떻게 컸는지 알려드리면 좋을까. 슬픔의 감정보다 사랑의 감정을 많이 전해드리고 싶다. 영상도 많이 찍고 대화나 통화 녹음도 많이 해두고 싶다.




다음생이 있다면

다음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할머니는 내 귀여운 딸이나 손녀로 태어나고 할아버지는 꿈많은 손주로 태어나서 해줄 수 있는 것들 다 하게 해줄 수 있게 만들고싶다. 고생하지 않을 수 있게, 가난이라는 것은 뭔지도 모르게 말이다. 항상 행복만 가득한 인생이란게 없겠지만, 불행은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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