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꼭 필요한 말

엄마 7년 차

by 안미정

그 말을 기억하는가? 내 아이가 처음으로 내뱉은 의미 있는 소리 덩어리. 나의 경우는 엄마였다.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엄. 마. 하고 불렀을 때 나는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른 나머지 아이를 놀라게 해 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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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는 아주 많이 드문 상황이라 치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녀의 첫 말터짐에 우아하게 감동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말이 터지는 시기가 이르면 이를 수록 아이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준다. 사실 나도 제일 먼저 남편에게 카톡을 했고, 친정과 시댁에 전화 한통씩 넣은 다음, SNS에 글도 올렸다. (옆집에도 갔었나?)


빠르면 1년도 채 안 되는 시기에 엄마라는 딱 두 음절을 내뱉은 아이는 하루 사이에 천재가 된다. 똑순이, 똑돌이... 그리고 장래의 직업도 예견된다. 얘 커서 의사 되는 거 아니야? 라며 호들갑이 유난히도 유난스러워진다. 아이는 그저 말을 내뱉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은 기적을 체험한 것처럼 흥분한다. 왜일까?


그것은 말터짐이라는 처음이 같은 단어를 수백 번 반복해서 들려준 양육자와 그 말을 듣고 또 들어온 아이의 뜻깊은 결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말터짐이라는 하나의 작품은 그 시간과 때를 알 수 없었던 만큼 각본 없는 드라마 그 자체가 된다. 실제로 말터짐 이후 이어지는 감탄과 환호는 문화 예술 작품을 대할 때의 것과 매우 닮았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던가? 나는 내가 겪었던 처음의 기억들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다. 이런 말을 꺼낸 것은 며칠 전 일어난 아이와의 다툼을 통해 크게 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다. 당시 우리의 대화는 대충 이러했다.


"빨리 좀 해 빨리! 엄마가 해준다니까 고집은!"

"엄마, 나한테 화내지 마. 나는 처음이라서 오래 걸리는 거야!"


아들 수영복 바지에 매듭이 있다. 만 6세가 된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 그 매듭을 혼자 묶어보고 싶었고, 당장이라도 비가 올 듯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의 변화에 지레 겁을 먹은 엄마는 아들을 닦달한다. 수영복까지 챙겨 입었으니 조금이라도 일찍 수영장에 도착해 최대한 뽕을 빼고 놀아야 한다는 가성비의 압박에서였다.


처음이라서 오래 걸린다고 말하는 아이. 그건 너무나 완벽한 이유였다. 나는 감히 대꾸할 수도 없었다.


아이는 매일 '처음'을 마주한다. 어제보다 발이 커졌고 키가 자라났으며 무엇보다 뇌세포가 미친 듯이 분열되어 자라나고 있다. 그런 아이는 '처음'에 무뎌진 어른에게 말한다. 기다리라고.


엄마도 한때 처음이지 않았냐고. 그때 기억 안 나냐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기다릴게


나의 이기적인 판단으로 아이의 처음, 그 고귀한 순간을 망쳐버리지 않기 위해 정말 필요했던 말은 생각보다 쉬웠다. 내달리던 발걸음을 늦추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걷는 의지를 담아낸 그 말. 알려줘서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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