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웃 아주머니는 산책할 때 개를 풀어놓고 다녔다. 대형견이 총 세 마리인데 유독 한 마리만 묶지 않았다. 그 한 마리가 나를 문 녀석인데 말이다. 귀촌을 준비 중인 이웃 아저씨는 시골집에 주말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가끔 우리에게 와 관심을 보이시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웃 아저씨는 더욱 심각했다. 그 녀석을 꼭 풀어놓고 집 가꾸기 작업을 했다. 개와 하는 산책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녀석은 바닥에 엎드려 이웃 아저씨가 작업하는 것을 잘 지켜보다가 아저씨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잘 따라다녔다. 위험하겠다 싶었다. 지난번 아저씨의 사과가 무색해졌다.
그러다 주말에 혼자 슈필라움에서 작업할 때였다. 이웃 아저씨는 예초기 작업을 하고 있었고 언제 나왔는지 모를 그 녀석이 내가 있는 바로 앞을 유유히 지나 집으로 들어갔다.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 녀석은 보더콜리라는 종인데 등치가 크다. 세 살배기 아들의 두세 배는 되어 보였다. 안 그래도 이웃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아저씨 면전에서 부탁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만 두자 하고 집으로 복귀했다. 안 되겠다 싶어 장문으로 아내도 있고 아이가 어려 정말 불안하니 개를 좀 묶어달라고 정중하게 재차 부탁했다. 답장이 없었다.
차주 슈필라움에 아내와 아들과 같이 있을 때였다. 마침 이웃 아저씨도 와있었다. 아저씨는 이웃과 친해지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왜 요구만 지속하느냐고 했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나도 이렇게 큰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는 못 봤다고 따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언성이 커질 것을 염려해서인지 그만하라고 했다. 아저씨는 아내는 말이 통한다며 반색했다. 나는 아무 말 않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아저씨는 젊은 부부가 개에 너무 예민한 것 같다며 솔직히 짜증 난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개를 자식같이 생각하는데 묶어달라고 요구해서 이미 화가 많이 난 상태라고 했다. 아저씨는 우리가 개와 서로 교감하며 지내길 원했고 그래야 개가 물지 않고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참고 더 들어봤다. 점입가경이었다. 그 녀석을 부르더니 이름은 무엇이고 개 간식을 가져와 우리에게 줘보라며 이렇게 친해지길 바랬다. 헛웃음이 나왔다. 아들과 아내는 개에게 간식을 줬고 내가 한번 만져봐도 되냐고 하니 그건 또 안된다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개 관찰일지를 남긴 것이. 그간에 주고받은 문자, 개가 돌아다니는 사진 등을 추려 그날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수개월간 기록했다. 자주 가는 네이버 카페에도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는데 모두가 신고하라고 했지만 그 녀석은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고 자신하는 아저씨를 믿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아저씨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것이었다. 법을 전공했으며 흔하지 않은 이름과 출신지역을 검색하니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졸업생이라며 사진이 나왔다. 그냥 어이가 없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찰이라니.
어느 날은 그 녀석이 집 멀리서 아저씨와 산책하다 우리 차가 오는 걸 보고 달려오기도 하고, 아주머니와 산책하다 우리 차를 보고도 길 한복판에서 느긋하게 있다 비키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내가 축산과 담당자에게 전화를 한 결정적인 두 가지 계기가 있다. 하나는 캠핑장비를 정리하고 있을 때 모래 놀이하던 아들 앞으로 개가 지나간 것이고, 또 하나는 회사 동기들과 캠핑을 하던 중 그 녀석과 동생 개 한 마리가 2견 1조로 날뛰는 장면을 본 것이다. 개와 우리 사이는 불과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다. 두 마리가 눈 깜짝할 새에 작은 개에게 달려들었고 그 작은 개가 살려고 도망치다 선택한 마지막 방법이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여전히 작은 개가 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그 두 마리는 근처에서 빠르게 배회했고 작은 개는 개헤엄으로 조금 깊이 들어갔다 물에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갔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아주머니의 대처였다. 바로 옆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줄을 채우지 않고 심지어 목줄을 집에 두고 산책을 하니 긴박한 상황에서 개가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느긋하게 목줄을 가지러 가서는 개들을 느릿느릿 쫓아다니며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았다. 나라면 악을 지르며 달려 다녔을 텐데 말이다. 더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개들이 날뛰던 그다음 날도 어김없이 개목줄을 하지 않은 채 우리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나중에서야 아주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되긴 했지만.
사실 그전에도 축산과 담당자에게 수 차례 전화해 하소연을 했었다. 담당자도 시골에서 그런 민원은 처음이라며 당황해했다. 과태료 처분은 원하지 않았고 권위 있는 담당자가 이웃사이가 틀어지지 않는 선에서 간곡하게 아주머니에게 주의를 주길 원했다. 그러면 될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