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들

by 주말 자연인

살면서 소중하고 아련히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다. 꽤 오래 잊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일상에 스치는 장면이나 냄새 같은 것에 당장이라도 느껴질 만큼 강렬해서 ‘어딘가에 기록해 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 ‘ 싶은 순간들이 있다. 머릿속으로 여러 문장들을 배열하면서 이런저런 문구로 남겨놓으면 참 근사하겠다 느끼다가도 일상이 바빠 그냥 지나가버린 일이 많았다.


글이라는 것은 참으로 쓰기 쉽지 않다. 배가 고프면 배부르게 밥도 먹고, 잠 오면 실컷 잠도 자고, 유튜브도 질릴 만큼 본 뒤에야 책이라도 읽을 수 있다. 그렇게 할 거 다 하고 나서야,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마지막에 생각나는 것이 글쓰기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서 근처에 새로 생긴 대형 북카페로 나왔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짧은 단편 소설 한 편 읽고 이제 글을 쓸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런 때가 있었다. 주말 아침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으면 다연이가 달려와 침대를 끙끙거리며 기어 올라온다. 그러면 딸아이를 으차 가슴팍 위에 올려놓고 작디작은 손을 내 양손으로 맞잡고 짝짜꿍 하면서 박수를 치면서 놀아줬었다. 아직 팔에 힘이 없을 때라 흐물흐물, 흐느적흐느적 내 힘에 역하지 않는 그런 부드러움이 좋았다. 그러다 딸아이의 겨드랑이를 내 양손으로 받치면 발이 닿지 않아 앞뒤로 번갈아가며 허공을 찼다.

어느 순간 힘이 생겼는지 흐물흐물 짝짜꿍 하다가도 한 번씩 힘을 줘서 제 의지로 박수를 치며 내 힘과 상충한다. 이젠 딸아이를 누워서 가슴 위로 올려놓고 겨드랑이를 받쳐도 무릎이 접힐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벚꽃이 날리던 어느 날 도윤이가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 자전거를 타던 순간은 영화에서나 보던 감동적인 순간이 아니었다. 카오스 그 자체였다. 도윤이가 이제 막 두발 자전거를 탔을 때라 뒤에서 잡아주고 놓아주면 5미터 정도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했다. 나는 내 자전거로 다연이를 내 뒤에 태우고 도윤이를 뒤쫓아가고 있었다. 도윤이는 도윤이대로 도움이 필요해 아빠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달라며 떼썼고, 뒤에 있던 다연이는 다연이대로 빨리 가자고 큰소리로 난리 쳤다. 앞뒤에서 서로 성화였다. 아빠 노릇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결국 카페에서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틈틈이 수정했다. 글쓰기가 내키지 않고 문장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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