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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말 자연인 Jun 19. 2022

뉴질랜드 배낭여행 2

첫 뉴질랜드 배낭여행은 오클랜드로 입국해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했다.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이다. 봄학기에 복학하기 전에 방문해서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남극센터와 대성당, 뉴브라이튼 해변을 둘러보았다. 톱텐 홀리데이파크에 텐트를 쳐놓고 이틀 정도 돌아다녔다. 뉴브라이튼 해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크라이스트처치 성당 앞에 앉아있다 한국어 잡담을 엿듣고 반가워 물어보니 거기가 좋다고 했다.  탁 트인 바다 위로 다리가 있고 그 아래 도서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짭짤한 소시지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간단히 먹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책 몇 장을 넘겼다. 서핑하는 사람들,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 모래 위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 여유가 마냥 부러웠다. 그리고 다음에 들를 때는 꼭 바다를 보면서 책 한 권을 다 읽겠다고 다짐했다. 여행객이라 여유가 별로 없어서 잠시 머물다 텐트로 복귀해 잠을 청했다. ​

다음날 아침 기차를 타고 곧장 픽턴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옥빛 푸르름으로 가득 차 눈이 부셨다. 중간에 카이코우라에 들렀다.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픽턴에 도착해 텐트를 쳐놓고 산책을 다녔는데 숲길을 보면서 프로도가 반지를 쫓는 망령의 기척을 느꼈는지 친구들에게 get off the road 하는 대사가 생각났다. 픽턴은 작은 항구였지만 대형 여객선과 그 옆으로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고 뒤로 산이 보이는 풍광은 언제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객선을 타고 향한 곳은 수도 웰링턴이었다. 테파파 박물관에서 대형 SUV만 한 흰 수염고래의 심장을 봤다. 혈관은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탈 정도로 컸다. 박물관은 대체적으로 뉴질랜드의 역사, 동식물, 마오리족의 문화와 유산 등이 전시되어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산책하다가 다이빙하면서 노는 아이들을 봤다. 학교를 끝내고 친구들과 노는 모양이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이들을 보니 마냥 또 부러웠다.

​그다음으로 기차를 타고 내셔널 파크로 향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운명의 산이 있는 곳이다. 영화 속 절대반지가 처음 만들어졌고 마지막으로 파괴된 곳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등산하면서 보는 주위 기암괴석이 멋있었는데 모르도르가 연상되면서 오크가 출몰할 것 같았다. 내 최종 목표는 나우루호에 산 정상이었는데 올라가는 길은 등산로 같은 정비된 길은 거의 없었고 수직으로 올라가기가 너무 벅찼다. 화산암으로 된 자갈에 발이 푹푹 빠져 뒤로 밀렸는데 열 걸음 걸으면 세네 걸음은 헛걸음이었다. 하지만 날씨도 워낙 맑아서 정상에 도착해서 맞는 남극에서 불어오는 듯한 시원한 바람에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분화구가 꽤 깊게 파여 있었고 주위를 도는 데도 시간이 10분은 족히 걸렸다.

그러다 자리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당시의 느낌은  화성에 간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였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 좋은 고립감, 이질적이고 황량하지만 너무나 멋진 풍경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그런 기대를 상회했다. 내려올 때는 등산로 반대쪽 붉은색을 띠는 화산암 자갈이 급경사를 이루며 쌓여있는 쪽을 택했다. 푹푹 빠지는 자갈이 내가 내려가는 속도를 완충해줬다. 하산하면서 위아래를 번갈아가면서 경치를 보는 맛도 끝내줬다. 아쉽게도 그날 밤 반지의 제왕 꿈은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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