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았던 운명의 산 등정을 마친 뒤 하산 길은 내내 달렸다. 픽업 버스를 제때에 타야 했기 때문이다. 8시간 코스로 운명의 산 정상에 오르는 건 무리한 일정 같긴 했다.
다음 날은 버스를 타고 오클랜드로 향했다. 여행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오클랜드까지 바쁘게 훑고 올라오느라 지나친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아야 나중에 또 오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굳이 호빗마을을 여행하지 않아도 뉴질랜드 곳곳에서 영화 속 장관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수시로 만났다. 광활한 초원과 백설을 뒤집어쓴 가파른 산까지 여기저기가 곤도르, 로한, 호비튼이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대성당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정을 오클랜드에서 시작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마무리했다면 큰 일 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도하면서도 점심시간에 지진이 발생해 희생자가 많았다는 사실과 온전한 대성당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프고 또 아쉬웠다.
돌이켜보면, 여행자금을 마련하면서 막노동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나중에 그런 일을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한 달 벌어 로또에 바로 탕진하는 사람들, 소싯적 주먹깨나 썼다며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들, 말을 상스럽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환경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뉴질랜드를 경험해보니 역시 세상은 넓고 열심히 노력해서 가끔씩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지식과 돈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귀국 후 2년 후에 있을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착실히 준비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