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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경 Mar 01. 2024

약보다 강렬한 말의 치유력

고통 속에서 배우는 것 (2)

말의 치유력이 어떤 약보다 강렬할 지도 모른다고 느낀 시간


지난주로부터 이번주로 넘어오는 일요일,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빠르게 의료적인 처치를 받았지만, 약의 부작용을 비롯해 회복되는 기간동안 겪어내야하는 고통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료적인 처치가 다 끝났는데도, 당장 느끼는 통증 또는 병증으로 죽을 것만 같자, 정말 주변의 어떤 것도 지금의 내 고통을 감해주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게 끝이 있는 고통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리고 머리로는 그 사실을 이해하더라도 고통을 겪는 당시에는 증상이 날로 더 심해질 것만 같고, 이제 이 사고 이전처럼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후유증으로 내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고통을 얼마만큼 더 감내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무서움이 찾아오고,

거기에 모두가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며 성실히 자기 트랙을 달려나가는 일상 속에서 낙오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후회하거나 자책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사고 당일에 했던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밟았던 걸음 하나하나를 곱씹어 후회하고 자책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도 약도 다른 처치들도 아무런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그저 회복기의 고통을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하는 단계에서 고통으로 정신이 차려지지 않아 속절없이 울기만 하며 공포감에 파묻혀 있을 때


제가 신체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놀라울 정도로 감해준 것들은 주변 사람들의 ‘말’이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거야. 그리고 다음주면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언니,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거야!
그리고 다음주면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언니가 어떻게 하면 나아질 것 같아? 잘 모르겠으면 하나씩 해보자!

사랑하는 우리 딸~ 괜찮아. 엄마가 있고 하나님이 계신데 뭐가 걱정이야.

고맙긴, 아빠는 딸이 힘들다고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지!

하경, 괜찮아?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내가 갑자기 이렇게 불쑥불쑥 전화할 수도 있는데 귀찮아하지 말아.

치료 기간만 이겨내면 된다고 했어. 이건 분명 끝이 있어. 금방 끝나!

언니 이것만 끝나면 언니 예전이랑 똑같이 지낼 수 있어. 아니, 더 멋지게 살 수 있어! 언니는 내가 학교 다니면서 본 가장 빛나는 사람이고, 여전해.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겨내고 모습도 존경해.

나 지금 너랑 이렇게 일상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너 나아지는 것만 생각해. 만약 내가 이렇게 됐다면 너는 안 이랬겠어? 미안해 할 게 뭐가 있어.

괜찮아? 링크드인 글 보고 놀라서 연락했어. 빨리 회복하고 꼭 건강하게 보자!

작가님 당연히 건강부터 챙기셔야죠! 원고는 천천히 주세요.

많이 다치지 않으셨길 바라고 큰일 아니길 바라요. 빨리 회복하세요.




먼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와 안아주고 손잡아 준 가족들과 친구들의 말,


소식을 들은 이후로도 잊지 않고 계속 틈틈이 계속 전화와 연락을 주며 제게 ‘이건 끝이 있는 고통이고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마치 주문을 외우듯 끊임없이 강단 있게 제게 반복해 준 후배의 한마디 한마디


소식을 듣자마자 개인 메세지로 놀라서 연락을 주신 수많은 분들,


그리고 일적으로 답변이나 일정이 미루어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걱정해주시며 빠른 회복을 빈다고 진심으로 따뜻한 걱정과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신 관계자분들의 말씀을 받을 때마다


비현실적일만큼 갑자기, 느끼던 고통이 줄어들며 패닉 상태에서 진정이 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저또한 그러했지만


진통제나 진정제도 듣지 않을 정도의 격한 신체적 고통이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일은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힘든 일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민폐라고 생각했기에 정말 죽을 것만 같을 때가 되어서야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게 되었는데 


이렇게까지 주변에서 쏟아주는 응원과 격려의 힘을 처음 느껴본 저로서는 '사람이 몸도 마음도 약해져있을 때 말이 갖는 힘이 이 정도였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힘이 크고 충격적이었던 덕분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누군가가 힘들 때 나는 그런 힘을 가진 따뜻한 말을 충분히 건네지 못한 것은 아닐까 돌아보며


앞으로 누군가가 고통 속에 있을 때, 한달음에 달려가 안고 격려하며 응원해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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