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성형 AI 서비스를 써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정작 명령어를 적어넣는 저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지 상상 못 할 컨셉을 텍스트로만 적어주어도
'태양의 새'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미드저니가 생성해준 이미지 '달의 새'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미드저니가 생성해준 이미지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은 단 몇 초만에 제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방식으로 시각화를 해냅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창의력은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뿐 아니라 모델,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 분들이 모두 함께 진땀을 흘려야 결과물을 볼 수 있었던 패션 화보도
글로만 명령어를 적으면 금새 다양한 무드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들렌의 이름 유래'를 주제로 유튜브 쇼츠를 만들기 위해
'18세기 프랑스 공작의 하녀가 남몰래 조용히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니
옛날 영화의 한 장면을 바로 따왔대도 믿을만한 영상이 1분만에 만들어집니다.
현시점까지 비전쪽으로 생성형 AI가 적용되고 발전하는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시각적인 분야에서 AI가 대활약을 펼치는 동안,
상업성에서는 뒤쳐지지 않는 규모를 갖고 있음에도 비교적 훨씬 조용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그 중에서도 로고 디자인입니다.
물론 구글에 '로고 ai'를 검색하면 많은 서비스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찾을 수 있는 AI 로고 생성 서비스들은 모두 앞서 설명한 다른 영상, 이미지 생성 AI들이 내는 완성도와 비교하면 AI가 서비스들 안에서 하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고
그 결과물이 비즈니스에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AI 함유량이 매우 적은 서비스 : Smashing Logo, LogomasterAI 외 다수
AI로 로고를 만들어 준다고 하는 서비스들 중 다수는 사용자가 아래 사항들을 적어넣거나 선택합니다.
브랜드 이름 / 슬로건
어울리는 무드, 키워드
선호하는 폰트 및 디자인 스타일
색상
브랜드에 어울릴 이미지 (정해진 이미지 에셋 풀 중 선택)
심볼마크로 쓸 아이콘 (아이콘 이미지 에셋 풀 중 선택)
그런데 이 중 생성형 AI가 주로 역할을 해주어야 할 '브랜드에 어울릴 이미지'와 '심볼마크로 쓸 아이콘' 부분을 AI가 담당하지 않습니다.
사이트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아이콘들 중에서 내가 로고로 활용하고 싶은 아이콘을 골라 넣는 방식입니다.
결국 우리 브랜드만의 창의적인 심볼이 나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고, 심볼이라기보다는 말그대로 '아이콘'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범용적인 그래픽이 심볼 자리에 나타납니다.
'브랜드에 어울릴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만든 것이 아닌, 누군가가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둔 이미지스톡이 제공되고, 그 중 나의 브랜드에 어울리는 것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AI가 해주는 일은,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소비자가 생성한 것들을 위치만 바꾸어 섞어주는 일입니다.
사실상 AI가 해주는 이 레이아웃 작업도 AI 없이 템플릿화하고 자동화하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많은 AI 로고 제작 서비스들은 '생성형 AI'라고 부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로고들이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운 완성도를 띠고 있는 점,
같은 에셋들 안에서 선택하는 방식이기에 우리 브랜드의 로고를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함께 쓸 수 있게 되는 점,
그리고 실제로 로고를 사용할 때 필요한 파일 형식 (ai, svg, eps 등)을 지원하고 있지 않아 다운로드 받고도 디자이너가 벡터파일을 따로 따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심볼마크를 생성해주는 서비스 : Design.com
물론 심볼을 AI로 제작해주는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이 경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성형 AI들처럼,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원하는 스타일 필터를 걸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조금 더 생성형 AI에 가까운 방식이고 또 빠른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로고들을 제안해주기는 하지만
실전에서 쓰기에는 조형적으로 가독성과 완성도도 크게 떨어집니다.
로고를 실사용할 때 필요한 파일 형식 (ai, svg, eps 등)을 지원하고 있지 않은 점도 같고,
아이콘 에셋을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이 제공해주는 창의성보다는 어디선가 굉장히 많이 본듯한 범용적인 형태들이 주를 이룹니다.
'내가 이미 존재하는 어느 브랜드의 로고를 배낀 것이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듭니다.
로고 디자인이 어려운 일이긴 해요.
로고 디자인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1. 전략적 분석
그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인상을 줄 때 가장 높은 매출을 낼 수 있을지를 분석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랜드의 기획 의도와 타겟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2. 창의적 조합과 가독성의 균형
로고는 종종 글자와 기호들을 독창적으로 섞고 조합하여 창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 조합된 요소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원래의 형태를 추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CN datasaas라는 브랜드의 심볼을 디자인한다고 예를 들자면
심볼마크는 보는 사람들이 C와 N이라고 느낄 수 있는 선과, 선그래프나 도넛형 그래프를 연상시킬 수 있는 데이터saas적인 이미지로 느끼는 선 그 사이 어딘가를 짚어 조형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자에만 집중하면 그냥 글자가 되어버리고, 후자에만 집중하면 그냥 기호가 되어버리는데, 그 둘을 적절히 섞었을 때 좋은 로고가 만들어집니다.
반드시 글자와 글자가 섞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성을 담은 좋은 로고들은 주로 2가지 이상의 속성을 한 곳에 녹여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보는 사람은 그걸 어렵지 않게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생각해 본, AI가 로고 디자인 잘 하는 법
1. 비즈니스 목적과 시각적 표현을 연결짓는 문제를 해결하기
사실상 정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도출되기 위해서는 아래 3단계가 나누어 진행되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브랜드 전략 수립 → 2. 전략을 시각화 할 전략 수립 → 3. 해당 전략에 맞추어 이미지 생성
현재로서 1,2번은 Chat GPT나 Claude 3.5 Sonnet과 같은 언어 모델들을 브랜드 전략 담당자가 이용해 작업할 수 있을 것이고
3번은 그 결과물을 받아본 디자이너가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을 함께 다루며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브랜드 디자인 관련 데이터의 질과 양 높이기
하지만 현재로서는 각 단계를 인간 전문가들이 키를 쥐고 진행한다고 해도 챗지피티도, 미드저니도 압도적인 퀄리티와 속도를 낼 수 있는 치트키가 되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AI 활용을 돕는 오픈 데이터셋들을 뒤져보아도 사진이나 그림, 영상 등에 비해 로고나 심볼, 기호를 만들어내는데 특화된 모델의 수는 정말 정말 정말 적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적인 더 전문적이고 통찰력있는 정보들을 학습한 언어모델, 그리고 로고 생성에 특화된 t2i 모델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창의적 조합과 가독성 사이의 균형 맞추기
스테이블 디퓨전은 활용해보면, 사용자가 주는 여러가지 정보들간의 균형을, 사용자가 직접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참고 사진에서 선에 더 집중할까요? 혹은 깊이감에 더 집중할까요? 아니면 전체적인 표현법 자체에 더 집중할까요?'를 알려줄 수 있는 장치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테이블 디퓨전 안에서 사용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들은 주로 사진, 그림 등에 집중되어있습니다.
만약 로고를 만드는데 맞춘 컨트롤넷을 새로 구성한다면 로고의 생성시 더 높은 완성도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존 로고들과의 유사성 피해가기
AI는 기존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브랜드들과의 차별성과 개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의 활용이 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특허청에 현재까지 등록된 모든 상표를 AI에게 학습시킨 유사도 검사 솔루션을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요?
AI가 새로운 로고를 생성할 때마다, 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유사도를 체크하고,
만약 기존 상표와 유사도가 70% 이상으로 법적 분쟁의 여지가 있는 로고가 생성되면, AI는 이를 사용자에게 제안하지 않는거죠.
'디렉터' 시스템으로 품질 보장
로고에 최적화된 학습을 계속하고 컨트롤넷을 발전시키더라도
AI만으로는 컨트롤할 수 없는 섬세한 부분들은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작업물의 최종 퀄리티를 잡아주는 '디렉터'라는 역할을 도입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료로 진행되는 모든 AI 작업에는 '디렉터'라는 명칭의 전문 디자이너가 배정되고 디렉터는 사용자로부터 퀄리티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 듣고 관리하는 거죠.
필요하다면 디렉터가 직접 수동으로 퀄리티를 올리거나, AI에게 새로운 프롬프트를 주어 다양한 옵션을 생성하게 할 수 있도록 해서 서비스가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에 대한 책임까지 진다면
소비자들은 AI의 효율성과 인간 전문가의 섬세한 터치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 해결책
Seed 값으로서의 템플릿: 전문 디자이너가 수십가지 경우의 수에 맞는 스타일 가이드를 제작하고, 각 스타일들을 AI 학습의 Seed 값으로 사용합니다.
체크포인트 생성: 인간 디자이너가 개선한 방향에 따라 로고들을 분류하고, 각각을 체크포인트로 만듭니다.
LoRA를 통한 세부 학습: 각 체크포인트 내에서 더 세부적인 특징과 스타일을 LoRA(Low-Rank Adaptation)를 통해 학습시킵니다. 이를 통해 AI는 더 섬세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로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맞춤 Controlnet 개발
1. 창작자가 수익을 내는 분야 중 내가 역량을 가진 분야
2. 미래에도 수익성이 보이는 분야
이렇게 저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1,2번의 분야로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꼽고 저의 새로운 도전 분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AI 혁신에 발 맞춰서 가장 빠르게 가장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분야에서 도출해내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목표로 삼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 분야에서, 제가 생각한 워크플로우로 제가 매출을 낼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제가 제작해둔 60가지의 서로 다른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스타일을 바탕으로
매일매일 '라우드소싱'이라는 디자인 공모전 사이트를 통해 1개 이상의 로고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했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생성형 AI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그저
'인간 디자이너가 수제로 빚은 60가지 스타일 가이드를 기반으로 작업했을 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작업을 빨리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증명하기 위해 매일 1개 이상의 공모전에 참여했습니다.
기존에 제작해 둔 가이드가 있기에 하나하나 빠른 작업이 가능했고, 경우의 수가 60가지였기에 비슷한 작업물이 나오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속도와 개성은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으니 이제 중요한 것은 참여한 콘테스트의 결과였습니다.
빠르게 제작된 이 작업물들이, 더 많은 시간을 들였을 다른 30여명의 디자이너들의 작업 대비 소비자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내가 시장성있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중
첫 콘테스트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