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기준
달력을 기준으로 세 달씩 계절을 나누어 말하곤 하지만 실제 계절감은 그와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새내기들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3월 2일이면 진짜 봄이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입시를 벗어나 인생의 봄을 맞이한 것은 맞지만 내가 경험한 대학교의 진짜 봄은 3월 말은 지나야 왔던 것 같다. 그것도 모르고 얇은 옷만 챙겨서 입학 준비를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물론 그다음 해부터는 눈치 안 보고 4월 되기 전까지 겨울 외투를 입고 다녔다. 하하하.
이처럼 단순히 날짜만으로 우리가 계절을 가를 수는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점점 봄과 가을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지 않던가. 단순히 12개월을 4개의 계절로 나누어 공평하게 3달씩 끊어 칼로 자르듯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나이를 먹을수록 각자 계절이 바뀌어가는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늦여름과 초가을의 경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따뜻한 라떼가 더 생각나면 어느새 이젠 가을이라고 느끼는 것. 겨울에서 봄이라고 느껴지는 건 세상에 작은 연둣빛 점이 늘어날 때. 그렇게 일상을 관찰하고 눈과 마음에 담다 보니 요즘 나는 한겨울의 기준을 하나 찾게 되었다. 그건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두어도 하루 만에 자연건조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실내에 여기저기 걸어두는 것이 더 빠르고 뽀송하게 마르는 것 같다. 바삭할 정도로.
점점 겨울다운 겨울이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추운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으니 너무 추운 것보다는 시원한 정도의 겨울감이 좋긴 하지만 계절의 특성이 옅어져 가는 것은 뭔가 아쉽다. 그래도 이러한 계절에 대한 지혜를 발견하며 세탁기는 늦은 오후에 돌리기로 계획해본다. 그래야 잠잘 때 콧구멍이 편안해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