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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Jan 06. 2021

97일 차

정말 기적적인 아침

 요즘 ‘꾸준히’의 힘을 믿고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은 노력이 모이고 쌓여 언젠가는 태산이 되길 기대하며 멈춰있지 말자고 생각 중. 어제는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미라클 모닝’을 실천 중인 분의 채널을 보여주었다. 영상미가 너무 예뻐서 보기 시작했는데 나는 눈으로 즐기는 것과 더불어 운영자의 마인드와 생활습관에 점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처럼 아이가 있는 분이라고 했는데 어쩜 그렇게 집도 깨끗하고 일찍 일어날 수 있는지 신기했다. 매일 새벽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는 꼭 일어난다는 운영자. 일찍 일어나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스킨케어라니! 내가 생각했던 미라클 모닝과는 조금 달라서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그분의 영상을 몇 개 본 이후 생각이 굳어졌다. 일단 우리 아이들에게 잠자기 루틴을 다시 만들어주자는 것.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집마다 9시 뉴스를 보는 것이 당연했는데, 그때 8시 59분에는 ‘착한 어린이는 이제 잠에 들 시간입니다’ 정도의 문구가 나왔다. 그 영상을 보며 나는 당연히 자야 하는구나 싶었다. 9시에 잠을 자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교대 근무하시는 부모님을 아침에 깨우는 것도 내 몫이었다. 좀 더 커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새벽에 일어나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 듣는 차분한 라디오. 지금 생각하면 녹음 방송이었겠지만 그때는 디제이와 내가 꽤 친밀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하는 일은 숙제나 그림 그리기였다. 그 시간에 일어난 사람은 집에서 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확실하게 재능이 있었다면 큰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만) 당시 애매한 재능과 열정만 있던 때라 우리 부모님께서는 그림 그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에는 나만 깨어있으니 내 마음대로 2시간 정도는 자유롭게 쓰고 아침 준비를 위한 시간쯤에 부모님을 깨울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는 동네에 새로 생긴 어학원 새벽반에 등록해서 다니기도 했다. 중학생 때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둠을 뚫고 나가는 것이 그저 즐거웠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피곤하다는 말처럼 이런 새벽 시간을 확보하려면 필수조건이 일찍 자는 것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생활습관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되니 좀 버겁기 시작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강제였던 시절이라 이미 학교에서 밤 9시까지 깨어있어야 했기 때문에 집에 오면 거의 곯아떨어질 지경이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이 생활패턴이 다른 친구들과 썩 맞지 않아 미안하고 불편했다. 타 지역에 살아 1년에 1~2번 만나는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만나서 놀더라도 나는 10시만 되면 기절하듯 잠들고 친구들만 2~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고 한다(지금 생각해도 미안하고 아쉽다). 대학생이 되면서 점점 야행성화 되어 갔다. 더 이상 내가 부모님을 먼저 깨우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의 의지는 확고했다. 가족 모두가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식사할 때뿐임을 강조하시면서 우리 집에서 가장 일찍 나가야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기상 시간을 정하셨다. 내가 고등학생 때까지는 나의 기상시간이, 그 뒤에는 출근하시는 아버지, 그 뒤에는 고등학생이 된 내 동생의 등교 준비시간이 우리 집의 기상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왜인지 우리 둘 다 출가하였는데도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일찍 일어나신다.


 결혼 후 나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던 기간이 있었다. 그때는 새벽까지도 책 읽고 그림 그리다 자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지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생활패턴을 지니게 되었고 출근 시간에 임박해서야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외출 준비를 하곤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의 생활 패턴이라는 것은 아예 없어졌다. 그저 아가님이 부르시면 5분 대기조처럼 호다닥 뛰어가서 케어해드리고 불편함을 해결해드려야 했다. 늘 쪽잠만 자고 아이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했기 때문에 아직도 통잠을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악몽은 보너스다.

 

 그렇게 지내온지 8년 정도 되었는데 어제 아이들을 정말 21시 정각에 재우러 방에 들어갔고 나는 22시쯤 잠이 들었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 4시가 채 안되어 내가 일어나 있다. 무의식의 힘이란 대단한 것일까?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졸리거나 피곤하지 않다. 이 정도는 늦게 자도 느끼는 피로도라서 일단 다시 잠들지 않기로 생각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정말 기적같이 일어난 미라클 모닝. 그동안 우리 집에서 가장 늦게 귀가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취침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아이들의 성장과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이제는 기상시간을 기준으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내게 성취감을 이토록 빨리 줄 줄이야!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분도 안되어 큰 아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나와서 내 무릎에 누워서 바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내 아빠 옆에 가서 잠을 청해 주어 어느새 1시간을 깨어있게 되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좀 미안하긴 하지만 뭐 어떠랴.


 아침 5시쯤 되니 잠시 갈등이 되지만 일단 오늘은 실험을 해보기로 다짐한다. 정 피곤하면 낮잠을 한두 시간 자는 것으로 하지 뭐. 점점 압박감을 느끼는 요즘이기에 나도 변해야 함이 느껴진다. 불안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피하지 말고 마주해보는 것이라는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마음의 평안을 위해 몸에게 협조를 구해본다. 우리 같이 달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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