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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Jan 08. 2021

98일 차

몇 번을 봐도 새롭다는 건

 내 지인 중에는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 특이한 점은 한 번 본 영화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만나게 되면 모른 척하지 않고 다시 본다는 것이다, 심지어 5번도 넘게. 나중에 물어보면 딱히 그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는 아닌 것 같다(정말 좋아한다면 처음부터 통으로 보지 않을까 싶음). 우연히 발견해야 보기 때문에 매번 원하는 부분부터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오는 대로 보지만, 영화의 부분 부분이라 할지라도 여러 번 봐서 그런지 영화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나의 경우 한 번 본 영화를 굳이 다시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니라 그분의 감상 방법이 좀 신기하고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요즘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자꾸 <다이어리 쓰는 법>, <독서노트 정리하는 법>으로 나를 이끈다. 최근에 본 영상은 좋은 독서 습관으로 천천히 읽고 여러 번 읽는 방법을 포함하여 9가지의 독서법을 소개했다. 나도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은 아니다. 그 이유는 속독까지는 아니지만 학생 때 쉬는 시간에 만화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다음 친구에게 넘길 수 있었기 때문에 대략 중요한 부분만 잡아내서 휘리릭 감상하던 습관이 남아서 글로만 되어 있는 책도 이렇게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책을 읽다가 덮어놓았다가 다시 읽으려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중간중간 생소하게 느껴지는 단락이 나온다, 분명히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보다 앞에 있음에도.


 지난 크리스마스에 케이블 채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전 편을 방영했다. 그중 한 편을 보게 되었는데 분명 2년 전쯤 다 보았던 것인데도 다음 장면 예측이 안되고 처음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주요 주인공이나 큰 사건들을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맞지만 각 편의 중요 사건과 결정적인 결말 등이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에 꽤 충격을 받았다. 며칠 전부터 <해리포터 시리즈>의 1편을 시작으로 다시 전편을 몰아보기 하고 있는데 잊고 있던 것, 잘못 연결했던 것들 등 뒤죽박죽 된 기억이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예전에 해리포터 테마파크에 가기 직전 영화 전편을 보았음에도 막상 여행 가서 모든 것을 다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지금에서야 깨닫는 것도 있었다(구역질 나는 사탕과 론의 부모님 자동차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다니!).


이쯤 되면 과연 나는 독서와 영화감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저 그 시간에 충실하고 금방 다른 기억을 채우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었는데’라고 말하려면 더 자세히 기억하고 내 머릿속에 더 촘촘한 가지와 뼈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영화를 봐도 즐거워하는 지인을 떠올려본다.


 사람마다 감상법은 다른 것이고 나의 감상 목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본다. 나 역시 한 번 쓰윽 보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줄줄 외우는 천재가 아님은 확실하기 때문에 반복을 지루한 것이나 쓸모없는 과정으로 여기지는 않으려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 작품을 더 깊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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