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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Jan 08. 2021

100일 차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치며


 10월 1일부터 시작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오늘 끝난다. 글을 미리 써놓고도 어이없게 인증하는 것을 잊어버려 놓친 두 번을 제하고 총 98일 인증으로 마지막 날까지 올 수 있음에 기쁘고 감사하다. 주최 측의 배려로 3번까지의 실수는 모두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정받게 되어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음도 행복하다(프로젝트 시작 전 예치금처럼 참가비를 냈는데 전액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100일간의 여정을 돌아볼까 한다.


 가장 큰 성과는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변을 관찰해야 하고 나만의 생각을 발견하고 정리해야 했기에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한 달짜리 학원을 등록하고도 날씨가 춥다고 한두 번 가지 않기 시작해서 결국 그 후로 아예 나가지 않게 되는 일도 있었다(부모님 죄송합니다).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그저 나는 ‘이미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더 이상의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프로젝트도 오늘까지 두 번의 실수가 있었고 예전의 나였다면 ‘어차피 100일을 다 채우지 못하는데 더 진행할 필요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고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꾸준함’의 힘을 믿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처음 인증을 잊었을 때는 오히려 독기가 올라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리라 결의를 다지는 내 모습에 놀랐다. 그리고 매일 가장 좋은 글을 얻기 위해 하루 끝에 글을 써서 인증하곤 하던 생각과 습관을 버렸다. 대신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일단 브런치에 글을 저장하고 이왕이면 하루 미리 글을 쓰고 자정이 되자마자 인증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실수했을 때도 황당함이 컸고 그저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똑같은 실수를 한 내 상황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한 번 더 상기시켰다.


 매일 뚜렷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긴다는 것이 나의 나태함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하루를 흘려보내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내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기운을 내고 한없이 게을러지려는 나를 다시 긍정의 세계로 끌고 가려고 애썼다. 처음 글쓰기를 일주일 정도 진행했을 때는 나조차도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족들을 비롯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목표에 대해 크게 자랑하거나 주목받지 않으려고 애썼다. 예전의 나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두지 않으면 의지가 약해져서 목표까지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나 자신과 이야기하고 꾹 참는 방법을 배워나간 것도 큰 성과인 것 같다. 그로 인해 주변의 오해를 받은 일도 있지만 오히려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글쓰기 프로젝트가 아주 큰 일은 아닐지도 모르다. 출산 후 그림이나 독서 등 한 번 시작하면 당장 끝을 보지 못하는 것에 늘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고 완성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글쓰기 프로젝트는 무언가를 완성할 때 반드시 한 방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잘게 쪼개 하나씩 조각을 모아 완성해 나간다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그로 인해 다양한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의욕과 그것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이 동굴에 들어가서 사람이 되는데 걸린 시간도 100일. 뱃속의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것. 100이라는 숫자는 꽉 차 보이고 또 새로운 세 자리를 시작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 자존감이 높아졌음을 경험했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것들을 내 손으로 이루어내고 싶다. 아직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께 꼭 권해보고 싶다. 좋은 기회를 주신 편집자님들께 감사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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