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차
나의 아이돌과 함께 나이 든다는 것
겨울이 오면 늘 꺼내 듣는 음반이 있다. 이미 음원이 아니라 음반이라는 말에서 시대가 느껴지지만, 음반이 맞다. 어렸을 때 친구에게 선물 받은 CD인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직도 이것만 한 게 없다. 워낙 유명한 시즌송이 되어서 내가 따로 챙겨 듣지 않아도 12월 내내 20년 넘게 쭉 들어온 노래이다 보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몇 년 전부터 조금 새로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음반의 주인공이 나보다 10살도 더 많은 가수이다 보니 내겐 늘 언니 같고 선배 같은 느낌으로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 가수가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를 녹음했을 때보다 현재 내 나이가 더 많아진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멋지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그 노래에서 귀엽고 풋풋함이 느껴지다니. 나도 나이가 들긴 했다. 하하하.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종종 유명인의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는 적이 있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사이이지만 간혹 원로배우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 시간의 속도가 훅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좋아했던 유명인일수록 상실의 아픔은 더 크고 깊었다.
선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연예인이 각종 범죄나 일탈에 연루되었을 때도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등등의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