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차

집이 필요해요

by 글쓰는 달

큰 아이 손을 잡고 동네 부동산에 방문했다.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던 사장님께서는 나의 한마디에 금세 쓴웃음을 지으며 곤란함을 감추지 못하셨다. 나는 그저 이 한마디 했을 뿐인데.


"전세 있나요?"



우리는 지금 주인님 집을 빌려 살고 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5년여 사는 동안 집주인은 4~5번 바뀌었지만 우리는 쭉 이곳에 사는데 문제가 없었다. 이번 집주인께서 실거주를 원한다는 말씀을 하시기 전까지.


아직 계약 만료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집주인께서는 간곡히 우리에게 이 집을 속히 비워줄 것을 부탁하셨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지금보다 더 넓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은 마음에 아는 부동산에 매물 나오면 연락 주십사 말씀드려놨는데 벌써 3달째 소식이 없었다.

부동산 투어를 가기 전에 우리 아파트 상가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봤다. 다른 단지 전세 소식을 물으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내게 설명해주셨다.

"사모님, 지금처럼 전세가 귀할 때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요. 직접 원하시는 단지 앞에 있는 부동산에 방문하셔서 물어보셔야 할 거예요."


감사한 말씀에 충격을 받고 그 길로 하원 하는 아이 손을 잡고 부동산 투어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부동산을 가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다들 두꺼운 수첩을 꺼내서 가장 뒷페이지에 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두며 본인들의 명함을 주며 집으로 돌려보내셨다. 거래되는 건수가 워낙 없다보니 가격은 정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있었다. 집주인께 이러한 상황을 말할 수 밖에 없었고 도와드리고 싶은 우리의 마음과 달리 결국 이사는 하지 못했다. 부동산에 가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듣고 난 아이는 “우리는 집이 없어? 나가야 해?”라며 종종 걱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돈도 없고 적당한 집도 발견하지 못해 앞이 캄캄해지니 문득 달팽이가 부러워졌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몸 쉴 수 있는 집(껍데지)을 가진 건물주 녀석. 그런 생각도 오래가지 못했다. 달팽이네 집은 본인 혼자만 살 수 있지, 배우자와 자녀까지 함께 들어가서 살지 못하니까. 그래, 또 알아보고 기다려보자. 그렇게 마음을 잡아본다.

작가의 이전글27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