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차

여행의 이유(부모님 편)

by 글쓰는 달

며칠 간의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우리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난 새로운 구성의 여행이었다.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의 든든한 언덕인 부모님과 스마트한 동생의 합류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가족 여행의 경험으로 꼭 전원이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아도 각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조차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함께 하는 구성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취향과 입맛의 차이가 제각각으로 벌어졌다. 지금 제철인 방어회는 아이들 때문에 제외해야 했고, 신기한 경험이 될 말고기는 아이들과 어머니가 거부감을 표했다. 남동생은 양조장을 가고 싶어 했지만 미취학 아동은 입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코스에서 제외해야 했고, 입장료가 비싸고 어른들에게 인기 없는 캐릭터 뮤지엄은 나와 아이들만 가기로 했다. 그리고 어른들은 밥 먹는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아이들의 속도는 달팽이의 백스텝보다도 느렸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눈치 보느라 나 역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음 여행을 꿈꾸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어머니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는 차 안에서 깊은 대화가 오갔다. 어머니께서는 내게 “OO아, 아빠가 힘든데도 왜 가족여행을 가려고 애쓰는지 아니?”라고 물으셨다. 아무 말 없이 다음 말을 기다리며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이어진 어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쿵! 했다.



“사실 아이들 데리고 여행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 그런데도 아빠가 너희들이랑 같이 여행을 가려고 노력하는 건, 나중에 엄마 아빠가 떠나고 없을 때? 그때 너희들에게 ‘아, 여기도 (부모님을) 모시고 왔으면 좋았을걸’하는 후회를 남기게 될까 봐 그래.”


이번 여행 기간 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를 거의 매일 만났다. 오빠는 우리가 숙소 잡는 것부터 여행코스 추천, 맛집 안내 등 여러 가지로 우리의 여행을 도왔다. 여행 마지막 밤, 사촌오빠의 가족과 우리 가족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나는 사촌오빠, 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사촌오빠와 아버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사촌오빠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 작은 아버지, 이미 지난 일이지만... 저희 아버지께서 지금도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으면 지금 (제가 자리 잡은 모습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해요. 돌아가시기 전에 여기 딱 한 번 오셔서 식사도 어찌나 맛있게 많이 드시던지 옆에서 보시던 어머니께서 말리실 정도였어요... “ 그렇게 나의 아버지와 사촌오빠는 각자 형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다독였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두 분을 모두 보내신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가장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어떤 마음이셨을까. 떠날 때까지 자식들의 마음에 한이나 상처를 주지 않으시려고 하루 종일 가족을 위해 운전을 감수하시면서까지 늘 가족 여행이 즐거웠노라고 하셨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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