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ㅈ? 어, 인정!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대부분은 이미 바꿀 수 없는 일이거나 일어날 리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조금이나마 마음이라도 편해지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내가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내가 점점 신체적으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당당한 골드 미스와 싱글녀가 늘어나고 있고 예전보다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여성이 많아져서 의식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흘러 나이가 쌓이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나 역시 더 이상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이 어색한 나이가 되어버렸다(입술이라도 바르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그들에게 나는 노안인 학생으로 보이거나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으로 여겨지는 눈치다). 예전에는 그럭저럭 무난한 체격에 긴 생머리, 하얀 피부로 립글로스 하나만 발라도 오히려 수수하지만 예쁜 이미지라고 우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화장 솜씨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가끔 신경 써서 단장한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나 스스로 부끄러워서 결국 화장과 더 멀어져만 갔다. 더 이상 민낯이 괜찮지 않은 상태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은 드디어 고데기도 처음 연습해봤다. 그동안 동영상으로 예습해서 기계의 기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역시 실전을 달랐다. 그래도 연습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드라이 기능으로 아이들 머리도 말려주면서 한 번 더 연습하고 고데기 사용법 동영상을 더 찾아보면서 눈과 머리로 주요 기능을 한 번 더 각인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래,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엇이 되었든 해보자.
예전에 심리학 시간에 연령의 변화에 따른 직업군별 만족도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 나이가 들고 빛나는 체력이 점점 쇠해져도 오히려 경력이 쌓일수록 직업군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분야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진작가, 예술가 등이었다. 운동선수나 모델처럼 신체적 젊음이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업군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에 맞추어 우리도 변화해야 하고 대비해야 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명강의로 유명한 김미경 강사님의 영상을 종종 보게 되는데, 오늘은 전자기기 리뷰로 유명한 유튜버 채널에 게스트로 나온 모습을 보았다. 말솜씨만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각종 it기기를 잘 활용하고 있었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적절한 지점도 찾은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여러분 지금은 2020년이 아니에요, 2025년이에요”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말과 확신 속에는 꾸준히 자신을 발전시키고 단련한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더 이상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나이는 지났다 하여도 지적인 부분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 깊고 넓게 발전시키는데 늦지 않았음에 고개를 끄덕여본다.
내가 나이 드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원치 않는 일이기도 하지만, 일단 인정할 건 인정하자. 대신 그로 인해 내가 누릴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발전시켜보자. 그러자!
첨부한 파일은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중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