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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Dec 01. 2020

61일 차

거울을 피하는 방법

 나는 거울 보는 것을 딱히 즐겨하지 않는다. 외면보다 내면을 더 중시하라는 가르침을 잘못 받아들인 탓에 거울에 나를 자주 비추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멋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더 거울 앞에 서지 않았다. 왜 그렇게 나를 꾸미는 것에 대해 쑥스러워했던 걸까.


 겁이 많았을 때는 혹시나 어둠 속에 보이는 거울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서 내 주변에 거울 두는 것을 굉장히 피했다. 아직도 집에 제대로 된 전신 거울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나는 거울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기간에는 방에 있는 손거울은 다 땅을 보고 있도록 눕혀놓았다.


 오늘 아침 내 인생 처음으로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정리해보았다. 서툰 솜씨지만 그래도 전보다 조금의 발전이 느껴져서 기뻤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화장실에 들어가면 볼 일만 딱 보고 거울은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틈이 나는 대로 거울을 쳐다보게 되고 자꾸 거울 속 내 머리카락을 요리조리 만지고 정리하고 있었다. 화장을 한 날도 비슷했던 것 같다. 여러 이유로 거울을 자주 보지 않았지만 자존감의 상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구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사람에게 친숙함을 느끼는 이유는 가장 많이 본 얼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실생활에서 나와 타인 중 내 얼굴을 더 많이 자주 보는 것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길거리에서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직장 등). 나조차 보기 싫은 얼굴을 다른 사람들이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서운해만 해서는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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