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차

레시피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by 글쓰는 달

‘요똥’은 ‘요리똥손’의 줄임말이다. 즉 어떤 요리를 해도 맛있게 안 되는 사람을 뜻한다. 나는 요똥까지는 아니지만 요리 천재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하게 요즘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많아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가끔은 나의 주부 경력(그러나 매일도 아니고, 하루에 3번 이상 요리한 적이 없지 아마??)을 믿고 눈짐작으로 휘뚜루마뚜루 요리를 하고 싶은 날도 있다. 때론 먹을 만 하지만 때론 나의 노력이 측은해서 스스로 참고 먹어야 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요리에 실패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바로 ‘레시피를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 했는가’이다. 방송에서도 요리에 서툰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늘 문제가 되는 것은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의외의 대체 재료를 넣거나 레시피를 자기 주관대로 해석해서 변형할 때 생긴다.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의외의 조합과 방법은 때로 맛의 대참사를 가져오기도 한다. 내가 레시피 정독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예전에 라면 개발하는 예능을 접한 이후였다.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라면조차도 라면 봉지에 인쇄된 레시피를 보면 물이 끓기 전에 스프나 다시마를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라면마다 끓이는 시간이나 재료를 넣는 순서가 달랐다.


최근에 레시피에 대해 깊이 생각한 건 달걀 삶기 때문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달걀을 완전히 삶으려면 14분 정도 끓이면 된다고 들은 것 같아서 그동안 그 정도만 지켜왔다. 이번에는 완숙은 물론 껍질까지 잘 까도록 삶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놀라운 세계를 경험했다. 물에 소금만 넣는 것이 아니라 식초도 넣는다던지, 일본 라멘집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반숙란부터 완숙까지 분단위로 원하는 정도를 정확하게 조절하는 방법,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상온에 꺼내놓기 등 인터넷에는 꿀팁들이 가득했다. 지난주에 달걀을 삶았다가 껍질 까는 과정에서 인내의 바닥을 경험한지라 이번에는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비결은 다 익혀서 꺼낸 후 달걀을 식힐 때 극명한 온도 차이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내가 해온 단순한 찬물(상온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얼음물에 삶은 달걀을 넣는 것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레시피에서 알려준 대로 소금과 식초부터 넣어 물을 끓이고 상온 보관한 달걀을 냄비에 넣고 원하는 시간만큼 끓인 다음 얼음물에 퐁당 담갔다. 결과는 정말 대박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훌렁훌렁 깨끗하게 껍질을 깔 수 있었고 온전한 상태로 달걀을 먹을 수 있었다.


세상엔 정해진 공식은 없는 것이라고, 내가 길을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의지를 불태워야 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달걀 삶기만큼은 레시피를 따르자. 수많은 실패와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공식과 이론은 무시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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