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의 각도와 내 기분의 상관관계
내 속눈썹은 아래를 향해 내려져 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은 가끔 내게 물어보기도 한다. “너 앞은 잘 보여?”라고.
속눈썹이 꽤 길고 한결같이 아래로 뻗어있기 때문에 혹자는 내 눈을 보고 커튼 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답답한 인상을 받는 것 같다.
예전에 백화점 메이크업 매장에 가서 눈썹 올리는 법도 배워보고 조언도 받아보고, 집에서 연습도 제법 했었다. 극적으로 뷰러로 촵촵촵 눈썹을 최대한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한껏 올려줘야 노력한 성과가 보이는데 눈썹이 장대비처럼 아래로 쳐진 데다 길고 무거워서 어렵게 올려둔 속눈썹이 금세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버렸다. 역설적이게도 평소에는 시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던 속눈썹이 하늘로 한껏 추켜올려주고 나면 눈꺼풀을 깜빡거릴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서 더 귀찮기도 했다. 게다가 눈을 강조했더니 나의 얼굴의 단점인 하관이 더 길어 보이고 등등 메이크업을 포기할 이유는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화장놀이를 했는데 의외로 기분이 참 밝아지고 발랄해짐을 느꼈다. 속눈썹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내 심장이 더 두근거리는 듯했다. 거기에 출산 전에 신었던 킬힐을 꺼내어 신고 집 앞에 쓰레기봉투 버리러 나갔는데 그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상당히 되었고 괜히 자신감이 더 생겼다. 하이힐을 포기 못하는 분들의 마음이 막 이해가 되었고 운동화에 익숙한 내 몸이 킬 힐 위에서 위태롭게 휘청거렸는데 오히려 설렘같이 짜릿했다.
내가 나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정말 자존감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실히 체험했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내 외모에 혁신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똥 손이라 어색한 내 메이크업도 칭찬해주고 격려해준 나의 여자 지인들께 감사를 돌린다. 저도 여러분처럼 예뻐지겠습니다.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