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감을 정리하다가 아이들 내복이랑 남편의 속옷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다. 늘 이렇게 인터넷으로 옷을 살 때면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이 막 피어난다. 그 이유는 쇼핑몰에서 제시하는 사이즈의 기준을 무턱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들과 남편의 옷을 받아보고 정리하다가 오래간만에 실망과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같은 사이즈의 속옷 6개가 한 세트인 상품을 주문했는데 고급스럽게도 3개씩 종이 상자에 넣은 채로 두 묶음으로 나뉘어 포장되어 있었다. 무늬와 색상이 무난해서 만족스러웠는데 자세히 보니 평소 내가 정리하던 옷들보다 허리 폭이 꽤 큰 듯 보였다. 집에 있던 옷과 재어보니 역시나 6벌 중 3벌이 나머지 3벌보다 더 컸다. 늘 입던 사이즈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주문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게다가 6벌 모두 같은 사이즈로 표시된 상표를 달고 있었다. 교환 요청을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편하게 입으라고 말하며 건네기로 마음먹었다.
엉뚱한 크기의 옷을 사게 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아이 옷을 사는 것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일단 지금 내 아이의 신장이나 각종 신체 치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이즈 고민을 하게 된다.
또 하나는 의류 브랜드마다 사이즈 표기가 제각각이고 그나마도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아이들 옷을 사면서 사이즈 표기 개념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어떤 옷은 1, 3, 5, 7, 9 등 홀수로 호수를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옷은 S, M, L 등 영어로 표기하기도 하고 내복의 경우에는 80, 90, 100 등 신장을 기준으로 옷 크기를 표기한다. 아이가 돌도 안 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저런 옷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파악이 안 되어서 고생을 좀 했다. 이제는 대략 아이들 옷 크기에 대한 정보도 쌓였고 쇼핑몰도 점점 진화해서 상품 상세 설명 가장 아랫부분에 각종 사이즈 표를 올려놓거나 혹은 게시글이나 채팅 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사이즈 상담을 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인터넷으로 옷 구매 시 사이즈 실패는 거의 없어진 것 같다(옷가게 사장님들은 어떻게 정확한 상담을 해주는 것인지 늘 신기하고 궁금하다)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른 사이즈 경향이 있는 것은 이해가 된다. 나 역시 내 몸의 상태에 따라 좀 더 폭이 좁게 나오는 곳이나 혹은 품이 여유 있고 전체적인 형태가 단순한 브랜드로 옷을 사러 가곤 한다. 쇼핑에 관심이 많은 시절에는 나에게 잘 어울리고 착용감이 좋으며 전체적인 라인을 살려주는 브랜드를 기억해뒀다가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옷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브랜드 시즌 상품 안에서도 치수 기준이 다 같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여자들 옷도 사이즈 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가장 흔한 44, 55, 66으로 넘어가는 앞뒤가 같은 두 자리 숫자로 표시되어 있기도 하고 역시 영어로 S, M, L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 평소 내가 입는 사이즈를 찾아 꺼내 들었을 때 얼핏 봐도 내 몸에 맞지 않을 것 같아 착용해보기도 두려운 상황이 있다. 그럴 때면 점원의 한 마디가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손님, 이 모델이 좀 크게 나와서 이 사이즈로 입으시면 딱 맞을 거예요...”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애초에 우리가 편리함을 위해서 옷이나 신발 크기에 대한 기준을 만들었는데 공급자들은 해당 사이즈에 맞추지 못하고 왜 조금 더 크게 혹은 작게 만들어서 파는 걸까. 그래 놓고 크게 나왔으니 걱정 말고 입으라니.
한 때 여성복 치수 표기가 54, 65처럼 기존의 표시 방법에서 뒷자리 숫자만 작게 적어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날씬해진 기분이 들도록 하는 마케팅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혹은 타 브랜드에서 L사이즈 정도의 옷을 M으로 표시해서 마치 이 브랜드를 입으면 내 몸이 더 작아진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꼼수로 표시된 사이즈의 옷을 사입을 때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판매자들이 이미 대중적으로 정해진 규격에 맞추지 못한다면 과연 이게 좋은 전략인지 의심이 된다.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비대면 온라인 쇼핑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서 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를 위해 판매자는 원래 목표했던 크기에 최대한 가깝게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깊이깊이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