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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Dec 24. 2020

83일 차

작은 차이가 만든 주소

 올해는 여러 일이 있었지만 역시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 기간이 길어진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학교와 교육부에서 가정 학습에 도움을 주고자 온라인 방송과 부교재를 지급해서 아이 학습지도에 막막함에서 조금은 해방되고 있다(이거라도 해야 공부시킨 기분이 든다).

 어김없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가정학습을 위해 큰 아이가 학교에서 원격 수업 교재로 ‘학습 꾸러미’를 받아왔다. 기본기 연습이나 연산 등 학습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부분도 들어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들기, 꾸미기 영역도 있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동영상 링크 주소가 인쇄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동영상 주소나 검색 가능한 키워드도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늘도 독수리 부리처럼 손끝은 한껏 세우고 영타로 한 글자 한 글자 대문자, 소문자로 변환해가며 어렵게 동영상 주소를 검색창에 써넣었다. 그런데 자꾸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혹은 ‘주소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나오는 것이다. 원래도 덤벙거리는 성격이 있어서 다시 한번 주소를 읽어가며 입력해보고, 한 글자씩 주소창과 교재에 인쇄된 글자를 비교해보고 다시 쳐보고, 교재 내용을 보고 관련 있을 법한 단어를 넣어서 직접 검색을 해봤는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처음 보는 만들기 방법이라 아이 교재를 복사해서 내가 먼저 오려보고 점선을 따라 접어서 이리저리 접어봤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참고 참다가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메시지를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3교시를 위한 동영상 주소를...”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다 무심코 쳐다본 아이의 교재. 갑자기 머릿속에서 전구가 팟! 하고 켜진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내가 해본 방법은 q대신 g를 넣는 것이었다. 겨우 그 작은 획의 차이로 나는 비로소 아이에게 알맞은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비단 글자뿐이겠는가. 나의 말투나 표정의 작은 차이는 상대에게 큰 인상으로 남을 수 있고 선의 또는 악의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무조건 내 순간적인 감정과 기분에 상대방을 오해하지 말고 한 번 더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담아보려고 노력한다면 조금은 우리가 따뜻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눈치는 원래 없지만 가슴에 따뜻함이 없는 사람은 더더욱 되고 싶지 않은 겨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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