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편지를하겠다는 아름다운 노래 가사에 덧붙여 나는 “겨울엔 카드를 쓰겠어요”라고 부르고 싶다.
점점 손편지나 카드를 주고받는 일이 줄어드는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가끔은 어릴 적 이맘때가 그립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교과 진도도 거의 다 끝나 더더욱 들떴던 12월 중순쯤 초등학교 교실, 담임 선생님께서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 시간을 주셨다. 그때만 해도 집 근처 문방구(문구점보다는 역시 이 말이 더 어울린다)에 가면 큰 비닐봉지에 담긴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재료’를 팔았다. 스텐실 재료, 카드지, 얇은 색의 카드 속지 등등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있는 꾸러미였는데 당시 초등생(국민학생)이라면 이것을 하나씩은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은행잎 모양으로 오려진 종이를 카드지 위에 얹고 건식 파스텔을 커터칼로 곱게 갈아 가루를 만들어 뿌린다, 살짝 뭉친 휴지로 카드지 위를 슥슥 문지르고 나서 모양 종이를 떼고 나면 멋진 작품이 완성되었다. 거기에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반짝이 풀이나 부풀어 풀 같은 것들을 사서 포인트 장식을 하곤 했다.
같은 반 친구끼리 남녀 성별 따질 필요 없이 서로 카드를 주고받기도 했고, 조금 더 친한 사이라면 일반 카드보다 좀 비싼 입체카드나 멜로디카드를 구입해서 교환하기도 했다. 내용은 별 것 없었지만 나는 서로 아끼는 마음을 전하는 이런 의식을 지금까지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족들의 생일이나 명절 등 행사가 있으면 본인의 솜씨껏 종이를 꾸미고 오려 붙여 카드를 만들어 선물하기를 권한다. 받는 사람도 기쁘겠지만 사실 카드를 쓰거나 만들다 보면 내가 제일 기쁘지 않은가 ^^;;
영국에는 카드만 파는 가게가 있을 정도로 외국에서는 카드를 주고받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왜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꺼리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사랑과 고마움이란 감정은 총량이 있는 것이 아닐 것 같은데 표현할수록 퇴색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못내 야속하다. 서로 격려받고 응원해주는 것이 좋은데 원래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며 긍정 에너지를 블랙홀처럼 그저 흡수만 하고 다시 내뱉지 못하는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그래도!
카드를 쓰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즐거움을 느끼는 그 순간도 행복하니까 앞으로도 종종 카드를 보내려 한다. 우리의 감정은 하나하나 다 소중한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진심을 담은 문자라도 보내자. 상대의 비웃음이 걱정되겠지만 겉으론 퉁명스럽게 말해도 마음속에 깊숙이 나의 진심이 새겨질 것임을 믿는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