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값은 얼마 2 of 3
미인의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미인의 기준에 대한 관점들(https://brunch.co.kr/@symriro/113)을 다뤘습니다. 이어서 한국 미인의 기준을 찾아볼까 합니다. '연예인 ○○○의 눈 + □□□의 코 + △△△의 입'과 같이 명확하고 흥미로운 내용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한국 여성의 미인상이 어떻게, 왜 변화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린 어떤 얼굴을 좇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미녀는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외모는 그 시대 및 사회의 이상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됩니다. 한국 여성의 미인상 역시 이 같은 역사‧문화적인 흐름에 따라 변화했는데요. 크게는 서구문화 유입이 활성화된 20세기를 기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까지 한국사회는 미인상의 기준이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식의 양육을 포함한 가사를 담당하는 게 주요 역할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둥근 얼굴, 넓고 반듯한 이마, 길쭉한 눈, 눈꼬리가 올라간 외꺼플, 숱이 적은 초승달 눈썹, 선이 짧고 둥근 코, 작고 붉은 입술'이 미인상의 기준이었습니다.
반면, 21세기의 미인상은 '갸름한 얼굴, 쌍꺼풀, 큰 눈, 높은 코 등' 기존과 상반되는 기준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서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섹시한, 도도한, 능력 있는, 성숙한'과 같은 특징들을 나타냈다고 하는데요. 상대적으로 서구적인 특징들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갸름한 바탕 안에 큰 눈과 높은 코가 다 들어가 있고 심지어 섹시하면서 능력까지 있는 얼굴이라니. 차라리 타임머신을 만들어 '둥근 얼굴'의 낙원 20세기로 돌아가는 게 빠를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안 울려고 했는데.)
이러한 변화는 아름다운 몸에 대한 기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아이를 잘 낳을 수 있고 힘든 일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골격, 풍만한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름다운 여성 몸을 의미한 반면, 최근에는 '서구적이고 마른 몸'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안타깝게도 여성의 약 30~40%는 정상체중 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뚱뚱하고 느낀다고 합니다.
1950년부터 2002년까지 미스코리아의 선정 기준에서도 동일한 기준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1979~81년 미스코리아의 평균 신장/체중은 166cm/50kg인데, 이는 62~72년에 비해 키는 10~11cm 더 커지고 몸무게는 2.4kg 줄어든 수치입니다. 1982~96년 평균은 170cm/52kg인데, 이는 최근 2000년 대에 비해 키는 3cm 정도 적고 몸무게는 1kg 많습니다. 더 길고 날씬한 여성이 한국을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어째서 이토록 빠르게 변할 수 있었을까.
20세기 정치가 및 지식인들은 한국사회가 일본의 식민지 하에 놓이게 된 원인이 '봉건적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서양의 선진문물을 도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양 기준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더 빨리 발달하는 것으로 이해했고 이런 생각들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미인에 대한 기준 변화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서구적 가치가 반영된 셈입니다.
무역의 증가, 발달된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변화의 속도에 한몫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다양한 문화권의 미디어를 접할 수 있으며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도 손쉬운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삶의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 역시 세계화되면서 그 흐름을 따르게 됐는데요. 묘하게도 최근 미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세계화가 곧 서양화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성형 수술의 증가
미인에 다가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성형 수술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외모가 성공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시술과 수술을 구분하는 등, 이전에 비해 많이 보편화되었죠.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서 발표한 2009~2011년의 세계 성형수술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한 상위 25개 나라 중 7위를 차지했으며, 각 나라별 성형외과 수에서도 7위, 성형수술 비율에 대한 조사(이코노미스트, 2012)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미용 및 성형기술은 국제적으로도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미용이나 성형을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이 2009년 5만 명, 2010년 7만 명, 2011년 10만 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형외과가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반면 시술비용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쯤 되면 이 분야에서 껌 꽤나 씹고 침 좀 뱉는다고 볼 수 있겠죠? 즉, 우리는 누구나 결심을 하면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얼굴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예뻐져야 할까
미용이나 성형의 목적은 외모 수준을 높이고 긍정적인 심리 변화를 겪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성형수술 전후로 신체상, 자아존중감, 자기효능감과 같은 심리적 변인에서 좋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연구들이 많죠. 그런데 어쩌면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얼굴이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갖고 올지도 모릅니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동일한 얼굴이라 해도 데이트 상대로 생각할 때, 일생의 반려자로 생각할 때, 업무 파트너로 생각할 때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왠지 미인이 갖고 있는 수만 가지 장점을 뒤로하고 안 익은 여드름 짜듯 단점을 찾아내는 것 같아 슬픈 느낌이 들지만,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정확히는 요즘 미인, 즉 '서구적인 미인'에 대해서.
대인 지각에 대한 연구에서는 서구적으로 '더 예쁜' 여성이 '덜 예쁜' 여성에 비해 사교적이고 외향적이나 덜 따듯하고 허영심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되었고,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 수행에 대해서도 그 기대치가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미의식 조사의 결과에서는 잘 갖춰진 얼굴의 미인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면서도 나름의 자연스러운 모습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는 양상이 혼재되어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20대 대학생 연구결과에선 너무 큰 눈, 뾰족한 코, 과장된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미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느끼는 긍정적 느낌과는 상반되는 결과네요. (연구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예쁜 얼굴이 되어본 적 없는 우리는 막연하게 더 예쁜 얼굴이 더 좋은 삶을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에서는 새로운 기준이 마치 이상적인 얼굴을 대표하는 것처럼 표현되고, 조각 같은 미남, 미녀들이 티브이 밖을 나와 주변을 배회합니다. 하지만 앞선 연구결과가 말해주듯, 아름다움은 외모를 지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반응으로도 판단될 수 있습니다. 얼굴의 물리적인 특징과 더불어 그에서 유발되는 심리적인 특성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죠.
이 글은 미인을 흉보는 글이 아니며, 예뻐질 필요 없다고 비현실적 안정제를 주입하는 글도 아닙니다. 어떻게 예쁠까에 대한 글입니다. 수십 년 전 기준에 맞춰 둥근 얼굴을 고집할 필요가 없듯, 서구적인 기준에 맞춰 맹목적으로 왕눈을 장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지향하는 얼굴이 실제 삶과 관계 속에서는 어떤 요소들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지 알고 예뻐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지향점은 앞서 말씀드린 서구적인 얼굴과 동양적인 얼굴로 나눠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내가 겪게 될 관계 속에서는 20세기 초의 미인상이 더 선호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역시나 21세기 미인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어줄까요.
다음 장에서는 21세기의 서구적 미인과 20세기의 전통적 미인이 한 판 싸움을 벌입니다.
이제 젖은 손수건은
빨래통에 던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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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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