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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May 28. 2016

서구적 미인 vs 전통적 미인

내 얼굴값은 얼마 3 of 3



미인의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미인의 기준을 정하는 관점들(https://brunch.co.kr/@symriro/113)과 한국 미인의 기준(https://brunch.co.kr/@symriro/120)을 살펴봤습니다. 몇 가지 결론을 얻었습니다.


아름다움은 외모를 지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반응이다.

그 기준은 크게는 문화권, 작게는 내가 속한 관계의 속성에 따라 변한다.

한국의 미인상은 21세기의 서구적 얼굴과 20세기의  전통적 얼굴로 나눌 수 있다.

두 얼굴은 실제 삶과 관계 속에서 갖는 인상이 다르다.


남은 건 21세기의 서구적 얼굴과 20세기의 전통적 얼굴이 실제 삶에서는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중앙대학교 사회심리학과에서 이와 관련된 꽤 재밌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서구적인 얼굴과 전통적인 얼굴이 대인관계 맥락인 '감성적 관점, 업무상황, 사회적 거리감, 친밀함'에 있어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조사했는데요. 가령 각 얼굴에 대해 '함께 일(또는 조별과제)하게 됐다면, 친구라면 중요한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지, 연인이라면 나를 배려할 것 같은지 등' 실제 관계를 가정한 설문으로 첫인상을 비교합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예쁘다, 매력 있다' 정도로 비교되던 미의 기준을 다양한 관계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지향하던 외모의 현주소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대표 얼굴을 정하자.


서구적인, 전통적인 미인에 대한 인식을 비교하기 위해선 그에 해당하는 대표 얼굴을 정해야 합니다. 연구에서는 400여 장의 사진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친 예비 조사 및 선별 작업을 통해 아래의 얼굴이 선정되었습니다.



서구적인 미인상. 진한 이목구비, 쌍꺼플, 큰 눈, 선이 길고 높은 코, 대체로 날렵한 형의 얼굴.


전통적인 미인상. 얇은 이목구비, 외꺼플, 선이 짧고 둥근 코, 대체로 둥근형의 얼굴.


머릿속으로 그렸던 이미지와 부합하시나요? 아마도 초상권 때문에 원본 사진을 볼 순 없겠지만, 두 얼굴의 차이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시기 전에 내가 두 가지 미인상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어떤 얼굴을 지향하고 있는지, 그 얼굴이 관계 맥락에서 어떤 인상을 가질지 미리 예상하고 보시면 더 재밌을 듯합니다.


서구적인 미인 VS 전통적인 미인


자, 그러면 각 대표 얼굴이 '감성적 관점, 업무 관계, 사회적 거리, 친밀한 관계' 4가지 맥락에선 어떻게 인식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감성적 관점

어떤 성격으로 보일까.


대표 얼굴에 대한 감성적 요소들을 비교해본 결과, 설문 참여자들은 서구적 얼굴이 (전통적 얼굴에 비해) 더 '외향적이고 자신감 있는, 활발한' 성격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전통적 얼굴은 더 '정서적으로 안정된, 친화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구적 미인: 외향적, 자신감있는, 활발한 / 전통적 미인: 정서적으로 안정된, 친근한


호감도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에서는 전통적인 얼굴이 더 높았는데요. 상대적으로 선이 굵고 강한 인상의 서구적 미인은 호불호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선이 얇고 부드러운 전통적 미인은 온순할 것으로 지각하는 것이 호감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호감도가 높고 접근하기 쉬운 게 꼭 좋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척박&야박&독박 3박자가 어우러진 사회생활에 있어선 접근하기 어려운, 이른바 '센 언니'의 포스가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업무 관계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업무 시 고려되는 여러 요소들로 두 유형의 얼굴을 비교해본 결과, 자신감, 신체적 능력, 긍정적 태도, 신중함 4가지 요소에서 인식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서구적 얼굴이 더 자신감 있고, 신체적 능력이 좋을 것으로, 전통적 얼굴이 더 긍정적이고 신중할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이 결과가 맞다면 마케팅 부서에는 서구적 얼굴, 연구/개발 부서에는 전통적 얼굴이 많겠네요. 면접 시에도 그런 인상이 어느 정도 반영될 테니까요.


사회적 거리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시회적 거리'는 상대방과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알아볼 수 있는 척도인데요. 가령 '이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면 어떨지'와 같이 피상적 관계인 1단계부터 '평생 알고 지낼 사람으로서 어떤지'와 같은 4단계까지 구분되며, 이에 따라 두 얼굴의 인상을 비교하는 설문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모든 단계에서 전통적 얼굴이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사람들은 서구적인 외모보다는 전통적인 외모의 여성으로부터 관계의 시작과 더불어 가깝고 깊은 관계까지도 기대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 2 단계에선 서구적 얼굴이 더 좋은 인상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놀라운 결과네요.



친밀한 관계

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인의 대인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정'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을 달리 말하면 '정서적 유대'라고 할 수 았는데요. 정서적 유대는 친밀한 관계, 가령 절친이나 애인, 결혼상대를 정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서적 유대가 형성 및 유지되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다정다감성, 타인에 대한 배려, 인간적 연약성'이라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배려해주는 상대와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죠. 재밌는 요소는 '인간적 연약성'인데요. 스스로의 어려움을 상대방에게 공유하는 것, 상대방의 어려운 상황을 거절하거나 모른 체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적 연약성이 정서적 유대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한국인의 대인관계가 '개인주의적 가치와 독립적인 자아개념'을 가진 서양문화권에 비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조화를 중시하는 '상호의존적 자아개념'에 기인한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서구적/전통적 얼굴을 정서적 유대 요소로 비교한 결과, 3가지 모든 경우에서 전통적 얼굴이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응답자들은 전통적 얼굴이 더 정서적 유대를 쌓을 수 있는, 즉 자신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회적 거리'에 대한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특히 앞서 언급한 '인간적 연약성(Weakness of heart)'에서 유독 큰 차이가 났는데요. 아무래도 서구적인 외모가 갖는 외향적이고 강한 이미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교적 부드러운 느낌의 전통적 외모에 비해 서구적 외모는 나에게 자신의 결점을 공유한다거나 내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줄 것 느낌이 적게 드는 것이죠.


마치며 - 내 얼굴값은 얼마
얼굴값: 생긴 얼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


위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구적인 얼굴은 자신감 있고 외향적인, 건강한,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트렌디한 인상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인 관계 맥락에서는 전통적인 얼굴이 더 긍정적이고 친밀한 인상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사회 정체성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유입된 서구적인 문화는 한국인의 여러 기준들을 바꿔 놓았습니다. 미인의 기준 역시 이전과는 다른 서구적 가치를 지향하게 되었죠. 그런데 연구의 결과처럼 한국인의 실제 삶, 그 사회 정체성 속에는 여전히 관계지향적이고 정서적 유대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타인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연구의 결과는 여성의 얼굴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을 다룬 셈이며, 지속되는 관계의 성질에 따라 첫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미적 기준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내가 주로 경험하는 대인관계의 유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관계의 패턴은 자연히 나의 내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얼굴은 내면을 반영합니다. 만약 당신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외모가 부럽거나 삶이 근사해 보인다면 그녀는 서구적인 외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깊은 감동이나 위로를 받았다면 그녀는 전통적인 외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대로, 이 글은 '어떻게 예쁠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얼굴값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얼굴값은 '생긴 얼굴에 어울리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행동에 어울리는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행동은 동기를 갖고 있으니 '내가 바라는 삶에 어울리는 얼굴'로 고쳐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얼굴값은 얼마일까요. 과연 내가 기대하는 삶에 적합한 얼굴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요. 혹여 그와는 정반대의 것을 갖기 위해 무작정 노력하는 건 아닐까요. 바라는 삶의 모습에 맞는 얼굴을 찾아내시길, 소망합니다.


어떤 삶을 원하시나요.

어떤 얼굴를 원하시나요.


당신의 얼굴값은 얼마입니까.


얼굴값 한 보따리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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