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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Apr 25. 2016

미인은 어떻게 정해질까

 내 얼굴값은 얼마 1 of 3


심리학은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여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정립하는 학문입니다. 그 성격상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내면의 흐름을 파악하고 외부 환경과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어떤 환경을 겪는가에 있어선 내면보다 외모가 더 강력한 역할을 합니다. 내면은 전달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반면 외모가 평가되는 시간은 1초가 채 안 걸리기 때문이죠. 한번 정해진 인상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대변합니다. 타인과의 소통, 관계 속에서의 가치, 사회적인 인정 등 개인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가 단지 외모를 통해서만 평가되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좀 더 나은 외모는 더 나은 적응의 기회를 얻습니다. 어쩌면 '내면' 따위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무시해버리기엔 무시무시한 외모, 특히 얼굴은 그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을 탐색합니다. 눈물 없인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차디찬 연구결과들을 공유합니다. 즐거운 하루를 원하신다면 여기서 멈춰 주세요. 평소 눈물이 많은 분은 미리 손수건이나 휴지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울수록 더 많은 혜택


외모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미인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긍정적 기대 및 혜택을 입증했습니다. 가령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모가 뛰어날수록 더 많이 믿으며 더 많은 친절을 베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빼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은 덜한 사람에 비해 '더 똑똑하고 재밌고 사교적이고 독립적이며 안정적'일 거라고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서럽게도, 누군가는 옅은 미소 한 방으로 취하는 것들을 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어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눈물을 떨구긴 이릅니다.) 외모 수준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연봉이 5~10%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외모가 사회적 인정이나 성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신생아들 조차 매력적인 얼굴을 더 오래 바라봅니다.


뭐, 굳이 더 많은 연구결과를 봐야 할까요. 지나버린 시간 속 숱한 경험들이 알려주었는 걸요.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노력해서 더 좋은 가치를 지녀라. 그런데 죽도록 노력해서 도달한 그곳에도 예쁘고 잘생긴 것들은 있다. 어디에나 있었다. 항상 그곳의 나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더 좋은 외모를 찾아내고자 노력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좋은 외모는 무엇일까요. 아름다움, 즉 미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쩌면 그 기준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 얼굴을 구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미의 기준에 대한 세 가지 관점



수십 년간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미의 기준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논문들이 쓰고 반박되고 다시 쓰이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미의 기준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이 정립되었습니다. 보편적 관점, 문화적 관점감성적 관점입니다.



보편적 관점의 미인

Johnston & Oliver-Rodriquez, 1997


보편적 관점에서는 미에 대한 단 하나의 기준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알아내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평균 가설(Averageness Hypothesis)'이 있는데요. 얼굴을 수학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은 얼굴의 평균치가 더 아름답다는 가설입니다. 가령 10명의 얼굴을 하나로 합성한 사진과 100명을 합성한 사진을 제시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명 사진을 더 아름답다고 평가했습니다. 1,000명의 사진을 합성하면 더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겠죠. 전 인류의 사진을 합성해보면 그토록 이루려던 미의 기준을 알 수 있을지도.


Tccandler라는 미국의 블로그에서는 매년 세계 미인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글쓴이가 K-pop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인지 한국 아이돌이 순위에 다수 포함되어 있고, 때문에 국내에서도 몇 번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2015년 순위에서는 애프터스쿨의 나나가 2014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재치고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니 어떤 면에선 국위선양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비록 개인에 취향이 반영되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꼽으려는 접근은 앞서 언급한 '보편적 관점'의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발표된 공신력 있는 순위였다면, 1위를 차지한 나나 씨의 얼굴에는 우리 언니나 누나, 여동생, 또는 여자 친구의 얼굴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많은 얼굴의 평균치일 테니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위의 이론이 맞다면, 내 방 거울을 비롯해 주변에 보이는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가 힘을 합친 100명의 평균 얼굴이 원빈, 장동건, 정우성 단 3명의 평균 얼굴보다 잘생겨야 하니까요. 그런데 굳이 직접 해보지 않더라도 100명보다 나은 3명의 조합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평균 가설은 미의 기준에 대한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지만, 후속 연구들에서 이 같은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보편적 관점'은 진화 및 번식을 위한 짝의 선택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인간은 진화된 후손을 위해 더 나은 짝을 찾으며, 그런 기준들이 모여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접근에서 평균 이론의 빈틈을 물리적인 분석으로 해소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칭 이론을 들 수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좌우 대칭 수준이 높은 얼굴은 건강함, 이성으로의 매력, 높은 번식 잠재력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이 부족할 경우 얼굴 대칭에 편차가 발생한다는데요. 때문에 대칭적인 얼굴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생존력, 다음 세대에 대한 능력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셈입니다. 더 예쁘고 잘 생겨 보이겠죠.


* 할리우드 스타들의 얼굴을 좌측 또는 우측으로만 합성한 이미지입니다. 그들의 좌우대칭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youbeauty.com/)


그런데 대칭 이론 역시 동일한 한계가 있습니다. '대칭적인'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들을 아무리 모아 모아 평균을 낸다고 한들. (하... 그만 쓸까.) 자, 그래서 보편적인 관점으로는 미의 기준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문화적 관점의 미인

Rhee & Lee, 2010; Wheeler & Kim, 1997


아시아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성적인 성숙함'을 나타내는 얼굴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편적 관점의 한계를 나타내는 연구결과이며 국가별로 미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이처럼 미의 기준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여기는 것이 '문화적 관점'입니다. 이에 따르면 미의 기준은 문화권에서 학습된 이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문화별로 역사적 시기별로 미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19세기 우리나라의 미인상에는 '둥근 얼굴, 눈꼬리가 올라간 외꺼플, 짧고 둥근 코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외모를 가진 연예인들이 각광받는 경우가 있지만) 19세기의 미인상이 최근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다른 인종간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각각 합성한 연구에서도 각 인종간 광대, 턱, 눈의 기울기 등에서 서로 다른 특징들이 나타났습니다. 합성한 얼굴을 해당 문화권의 대표 미인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각 문화 간 미인에 대한 기준이나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5개 문화권의 미인 합성 이미지가 각기 다릅니다(Rhee & Lee, 2010).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급속도로 유입된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가치를 따릅니다. 성형 및 미용 방식에도 이 같은 서구 지향적 기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연구 결과가 알려주듯, 좀 더 우리 문화권, 내 주변과 성향에 맞는 얼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짙은 쌍꺼풀, 길고 오뚝한 코 등, 무작정 서구적인 미모를 좇다가는 오히려 한국적 미인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감성적 관점의 미인

Kim, Park & Chung, 2006


감성적 관점은 얼굴을 '감성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얼굴의 평가 지표로 감성적인 형용사들을 사용하는 관점입니다. 가령 '큰 눈, 오뚝한 코, 그리고 두꺼운 입술'을 가진 얼굴은 '활발한, 자유로운, 적극적인, 서구적인'과 더불어 '까다로운, 고집있는, 예민한'과 같은 감성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감성적 관점은 사실상 '관점'이라기보다는 연구방법론에 가깝지만, 미인의 기준을 '못났다-잘났다'의 1차원적 접근에서 여러 유형으로 확장했다는 점, 맥락에 따른 다양한 미적 기준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관점의 성격을 갖습니다. 감성적 관점은 이후 주제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치며 - 기준의 의미


현대인들은 외모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이른바 '어디서나 먹히는' 외모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적, 감성적 관점의 연구결과들은 알려줍니다. 삶의 곳곳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장면 속에서 각기 다른 미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엄마에게는 '내 아들이 유시진 대위보다 미남!', '내 딸이 강모연 선생보다 미녀!'인 것처럼 말이죠. (물론 거짓말일 수도 있어요.)  


미의 기준을 다루려던 글에서 '하나의 기준은 없다'는 결론을 내는 건 '다 같이 열심히 하면 다 잘 돼요. 그런데 쉽진 않아요.'처럼 막연히고 무책임한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결론을 낸 이유는 '기준의 의미'가 가진 한시성 때문입니다. 기준은 제한된 범위와 시점이 있어야만 정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크게는 문화권, 작게는 내가 속한 관계 속에서도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굴에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그곳에서의 미인은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비록 서두에 '내면 따위'라고 했지만, 얼굴은 외모를 결정하는 강력한 영역임과 동시에 유일하게 내면을 나타내는 외모이기도 합니다. 미인으로 보였던 어떤 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못나 보이는가 하면, 눈에 띄지 않던 누군가가 어느 날부터인가 미인으로 보이기도 하죠. 어떤 식으로든 내면의 모양이 얼굴에도 담긴다는 의미입니다.


내 외모만의 매력을 찾고 그 매력을 잘 알아챌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나의 내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진 좋은 면들이 얼굴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난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하며 그때의 내 얼굴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얼굴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맹목적인 기준만을 좇다가는 엄마의 화장품을 몰래 바른 아이처럼 어색한 모습이 될지도 몰라요! 내면에 대한 이해 없이 화장액으로 덮인 얼굴보다 이해가 동반된 쌩얼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한국 여성의 미적 기준'을 위의 세 가지 관점에 따라 살펴보겠습니다.


역시나, 손수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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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Barocas, R.,&Karoly, P. (1972). Effects of physicalappearance on social responsiveness.Psychological Reports, 31(2), 495-500.

** Dion, K. L.,& Dion, K. K. (1987). Belief in a JustWorld and Physical AttractivenessStereotyp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Social Psychology, 52(4), 775-780.

** Hamermesh, D.S., & Biddle, J. E. (1994). Beauty andthe labor market. American EconomicReview, 84(5), 1174-1194.

** Johnston, V.S.,& Oliver-Rodriquez, J.C. (1997). Facial beauty and the late positive component of event-related potentials. The Journalof Sex Research, 34(2), 199-198.

** Kim S. J., Park S. J., & Chung C. S. (2006). The trend of facial attractiveness: on affective facial model for a Miss Korea's face. The Korea Contents Association, 4(2), 340-343.

** Rhee, S. C., & Lee. S. H. (2010). Attractive composites of different races.Aesthetic Plastic Surgery, 34, 800-801.

** Wheeler, L., & Kim, Y. M. (1997). What is beautiful is culturally good: The physical attractiveness stereotype has different content in collectivistic cultur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3, 7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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