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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Oct 16. 2016

어떤 여행을 갈 것인가

뇌를 리셋하는 방법



밤잠을 훼방 놓던 더위가 거짓말처럼 떠났습니다. 내년에 좀 더 강력하고 집요한 모습으로 돌아올 요량인가 봐요. 달콤했던 피서철도 함께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위가 활개 치던, 혹은 가족과 친구의 여가시간이 허용되던 이 기간 동안 휴식이나 여행의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일까요?


예전에 올렸던 글(내면의 맵시를 찾아서)에 '좋은 여행'에 대한 댓글이 있어서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만약 그 목적이 '재충전'이나 '휴식'을 위한 것이라면, 홀로, 되도록 멀리, 되도록 길게 가는 여행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경우엔 북적이는 여름의 바캉스보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이때에 조용히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숨어들어 '멍을 때리다' 돌아오면, 왜인지 컨디션이 회복되고 삶에 대한 생각들도 좀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여행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이 글은 '홀로 조용히 떠나는 여행'에 대한 과학적 효과를 소개합니다.



최근, 조용한 여행이 인간의 두뇌를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전반적인 심리상태가 증진되고 삶의 목표 등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넉넉한 시간'과 '자연환경'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넉넉한 시간을 투자해 (도심을 벗어나) 자연환경에서 지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넉넉한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시간이 충분해야 좀 더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연으로 둘러싸인, 야생의, 유명하지 않은 장소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이나 도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자연환경(숲)'은 주변의 모든 인상이나 자극의 주인이 오롯이 내가 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심리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뇌의 스위치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자연환경은 뇌를 리셋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입니다.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조용한 여행'이 실제로 두뇌의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조용한 숲 속에서 약 1시간 동안 사람들을 걷게 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실험 참여자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감소했습니다. 전전두피질은 뇌에서 정실질환이나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인데, 일상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타오르던 그곳을 단 한 시간 만에 소강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거나 상담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보낸 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연에서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 기기를 모두 끄고 이틀간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 창의성 검사 및 여러 복잡한 수행과제를 실시했는데, 그들의 창의적인 생각 수준이 약 50%나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싱크빅 선생님을 만난 것도 아니고, 단지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떠나지 못할 이유가 있던가요?


우리는 복잡 다단한 컴퓨터 회로 같은 환경 속에서 그 일부가 되어 치열하고 다급하게 살아갑니다. 가끔 견딜 수 없는 피로감이나 막막함이 몰려와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돌리기도 하죠. 하지만 과제, 업무, 대인관계, 돈, 상사, 가족, 계획, 실천, 현재, 미래 등 신경마다 회로를 연결하고는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모든 회로를 뽑아보는 게 어떨까요. 묵혀뒀던 배낭을 들쳐 매고, 조용한 어딘가로 홀로 떠나는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고요. 떠나지 못할 이유가 있던가요?







왕고래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소심합니다. 사람에 대한 글을 씁니다. 어릴 적, 꿈을 적는 공간에 '좋은 기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


· 심리로 봉다방: https://brunch.co.kr/@symriro/3

· symriro@naver.com






** 참고(원문): https://brightside.me/inspiration-psychology/doctors-have-explained-how-traveling-changes-our-brains-18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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