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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Jan 21. 2016

스트레스 주는 인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호남 : 호랑말코 남자
불녀 : 팔불출 미녀


불녀: 호남아, 너 싸움 잘 해?


호남: 가감 없이 말할게. 못해.


불씨: 우이씨...


호남: 왜? 볼기짝 때리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어?


불녀: 우리 회사 여 과장 말이야. 완전 싸이코라니까? 일하는 데 하나하나 사사건건 다 간섭하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질 않나. 시킨 대로 다 해놨더니 왜 이렇게 했냐고 뒤집는 건 다반사. 기분이라도 안 좋은 날은 아무 이유도 없이 들들 볶지~ 그것도 여자 직원들 한 테만 말이야. 참나, 생긴 건 꼭 메기같이 생겨먹은 게! 확 매운탕에 넣어버릴까 보다!


호남: 아... 침착해. 뭐, 어디에나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


불녀: 몰라.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야.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아 죽겠어, 뭐 방법 없을까?


호남: 뭐, 방법이야 많이 있지. 책을 읽어도 되고, 운동을 한다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좋고. 훌쩍 여행을 떠나서 충전을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불녀: 별 도움도 안 되는 소리할래? 월차 다 썼는데 훌쩍 여행을 어떻게 가! 책으로 그 메기 때려잡는 게 빠르겠어.


호남: 그, 그치? ㅎ 그런데 회사에서는 너네 과장 같은 직원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보통 그런 사람들이 윗사람한테는 또 엄청 잘하잖아.


불녀: 어! 맞아 맞아. 말투부터 분위기까지 완전 바뀐다니까. 부장님이 엄청 좋아해. 에효, 그 여시 같은 짓거리의 뒷모습을 봐야 하는데.


호남: 음, 불녀야.


불녀: 응?


호남: 아마도 그 뒷모습을 들키는 일은 없을 거야. 심지어 들킨다 해도 그다지 큰 변화는 없지 싶어.


불녀: 왜? 왜!?


호남: 회사는 어쨌든 그런 곳이잖아. 투입 대비 산출을 계속 고민해야 하는데 웬만한 사건이 아니고서야, 밑에 사람 들들 볶아서라도 좋은 산출물을 내고 있는데 굳이 문제 삼을 필요가 없지 않겠어?


불녀: 그래? 그럼 내가 사건 하나 만들어?

호남: 아, 아니... 그러지 마. 아무래도 메기를 때려잡기는 힘들 듯 보여.


불녀: 그럼 어떡해... 그 여자 때문에 회사 가기 싫어.


호남: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불녀: 뭔데?


호남: 그 전에 너가 인정해야 할 게 하나 있어. 너가 그 회사 아닌 어딜 가도, 심지어 그곳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그 메기 과장은 있을 거야.


불녀: 아니, 그런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

호남: 그렇겠지. 내 말은 그 메기 과장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분명 너에게 스트레스 주는 누군가가 또 생길 거라는 얘기야. 어차피 환경이란 게 상대적인 거 아니겠어?


불녀: 음, 뭐, 좋아. 인정!


호남: 오케이 좋아. 넌 일단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를 해소하긴 하는데, 그보다 쌓이는 속도가 빠른 거지?


불념: 그런 셈.

호남: 그러면 애초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대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거지.


불녀: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돼?


호남: 음, 너가 '메기' 하니까 생각난 얘기인데... 혹시 토인비 알아?


불녀: 아니. 무슨 원시인이야?


호남: 영국의 유명한 학자야... 그 학자가 즐겨하던 '청어 이야기'라고 있어. 들어볼래?


불녀: 응. 해봐.


호남: 당시 영국의 북쪽 앞바다에서는 청어 잡이가 한창이었어. 그곳 어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먼 거리의 런던까지 청어를 싱싱하게 살려서 운반하는가 였지.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배가 런던에 도착하면 청어들은 거의 다 죽어있는 거야.


불녀: 어머, 어떡해...


호남: 리액션 좋은데? 어쨌든, 그렇게 어부들은 허무한 운반을 계속해야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말이지. 그중 한 어부의 청어들은 런던까지 싱싱하게 산채로 있는 거야. 다른 동료 어부들이 그 이유를 물어봤지만 그 어부는 좀처럼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지.


불녀: 그냥 그렇게 비밀로 끝이 나는 건 아니지?


호남: 그럴 리 없지! 동료들의 성화에 못 이긴 어부가 이윽고 입을 열었어.


청어를 넣은 통에다 메기를 한 마리씩 집어넣습니다.


그러자 동료들이 놀라서 물었지.


"그러면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지 않습니까?"


불녀: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어?


호남: 응. 그런가 봐.


불녀: 그럼 왜 넣어?



호남: 동료 어부들도 그게 궁금해서 재차 물어봤어. 그런데 그 어부가 대답하길, "네,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습니다. 그러나 놈은 청어를 두세 마리밖에 못 잡아먹지요. 하지만 그 통 안에 있는 수백 마리의 청어들은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쳐 다닙니다. 런던에 올 때까지 모든 청어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도망 다닙니다. 그러니 긴 여정 후 런던에 도착해도 청어들은 여전히 싱싱합니다." 메기로부터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청어들을 건강하게 살아있게 한 것이었어.

불녀: 우아. 진짜? 신기하다!

호남: 응. 신기하지? 이 얘기에 숨은 뜻이 있어. 바로 메기의 존재야. 우리는 말야. 때때로 누군가로 인해 굉장히 괴롭기도 하고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잖아. 하지만 관점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그 '누군가'가 우리를 런던항까지 존재하도록 돕는 원동력일 수도 있다는 거야.

불녀: 우리 런던가!?

호남: 아니 안가. 자, 너의 경우 그 히스테리 메기 여 과장이 그렇지. 이야기 속의 메기처럼 니가 회사 생활을 버티고 또한 발전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일 수도 있다는 거야. 그 촉진제로 인해 너는 회사 내의 다른 힘든 일들을 수월하게 이겨낼 수도 있다는 말이지.

불녀: 뭐야. 그럼 메기 과장한테 고마워해야 된다고!?

호남: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 같고. 다만, 메기 과장에 대한 관점을 이런 식으로 조금만 변화시키다 보면, 그녀의 행동 중에 널 스트레스 받게 하는 요소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불녀: 될까..?

호남: 글쎄.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문제도 있겠지 뭐. 일단 당장 내일, 메기 과장이 독침을 쏘거든 자리로 돌아가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거야. '그래. 이 메기가 날 강해지게 한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난 런던 가는 중이다.'라고 말이야.

불녀: 흐음... 뭐,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볼게. 오~ 쫌 멋있는데?


호남: 그래? 멋있어? 얼만큼?


불녀: 몰라. 배고파. 메기 메기 하니까 매운탕 먹고 싶어.


호남: 어, 그래... 가자. 매운탕 먹으러 가자.


불녀: 응! 고고씽~







불녀: 근데 너한테도 메기 같은 사람이 있어?

호남: 물론이지.

불녀: 누군데?

호남: 너.

불녀: 죽어볼래?

호남: 농담농담. 어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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