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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Jan 29. 2016

헐뜯는 습성은 전염된다.

백신 퍼뜨리는 방법


사람은 누군가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헐뜯는 것을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덩달아 비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남가주대(USC)의 마샬 경영대와 스탠퍼드대 조직행동학과의 공동연구진은 ‘헐뜯기의 전염’이라는 연구를 통해 4개의 실험을 시행했더니 타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목격하면 남의 잘못 여부를 따지지 않고 헐뜯는 경향이 증가한다고 결론 내렸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한 그룹에게는 아널드 슈와르츠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의 재정파탄에 대해 특정 그룹에 책임을 전가하며 헐뜯는 신문기사를 읽게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슈와르츠네게의 총괄 책임이 있다는 기사를 읽게 했다. 그 결과 특정 그룹을 헐뜯는 기사를 읽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샬 경영대 나다낼 패스트 교수는 “특정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자아(Ego)의 이미지가 공격받고 있다고 느껴 자아보호본능에 따라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자아가 상처받는 것을 피하고 안도하게 된다는 것.

[코메디 닷컴 기사 발췌]



심리학의 분파 중 '행동수정'요법에서도 소위 처벌보다는 보상이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수 많은 실험이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죠. 쉽게 말해 '비난'보다는 '칭찬'이 발전을 위해 효율적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너무 쉽게 상대방을 비난하며 심지어 그것이 상대방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위 연구에 따르면, 직장상사들의 공개적인 비난이 상습화되면 직원들은 비난을 두려워해 혁신적, 창조적인 일을 하지 기피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람은 사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은데,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퍼지게 되는 것이죠.


메일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읽어보란 말이야! 넌 생각이 없냐? 뇌 없어? 한글 몰라? 아니, 그냥 니가 싫어!!


물론 열 번의 당근보다 한 번의 채찍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당근으로만 상대하기엔 우리의 일상이 꽤나 급박하면서도 정확한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채찍질에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당근질'에는 야박했던 시간들을 말이죠. 적절한 당근이 수반되지 않는 채찍질은 안 한 것만 못할 수 있으며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마이너스는 회복되기도 전에 계속 누적되어 버립니다. 그것을 지켜본 주변인에게 전염되기 때문이죠.


이런 류의 전염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인터넷 공간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전염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이미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공격받을 것 같은 묘한 긴장감, 그런 알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너도나도 눈치를 보곤 하죠. 대상이 도마 위에라도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 헐뜯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참 많은 개인이 그 목적도 없는 사냥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갈등과 비판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발전과 다양한 시각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옆 사람을 따라, 친구의 분위기에 휩쓸려, 다른 댓글의 내용에 힘입어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사랑받는 자식이자 하나뿐인 반려자의 삶을 난도질하기 전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주장하려는 것인지,
그 주장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그리고 이런 생각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한 번만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헐뜯기, 그 순악질 바이러스도 손쉽게 전염되지는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헐뜯기 전염병에도 예방 백신이 있다고 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쉽게 헐뜯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 누구나 상대방에게 백신을 놓아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대방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백신을 전할 것입니다. 그렇게 어쩌면, 나로 인해 조금은 따뜻한 문화가 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백신을 좀 뿌려보면 어떨까요?


일상의 대부분을 함께 하지만 좋은 말 한마디 못했던 직장동료에게, 가깝기에 다 알겠지 하며 험담으로만 대화를 이어갔던 친구 녀석에게, 언젠가부터 단점만 늘어놓게 되는 애인에게, 때론 자식을 위한 관심조차 갈등이 돼 망설이시는 부모님께, 주인한테 늘 구박만 받던 나 자신에게, 그렇게 고독한 누군가에게, 어색하되 용기 있는, 백신 한 방 놓아주세요.


지금 백신 갑니다~


단언컨대, 칭찬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적어도 우리네 사회에서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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