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고쳐 앉는다.
엉덩이 밑에 깔려 있던 발을 의자 밑으로 내려 신발 속으로 밀어 넣는다. 혹은 왼쪽 무릎을 덮고 있던 오른 다리를 푼다. 그렇게 항시 두 발바닥을 지면에 붙이고 있는다.
이때 양쪽 엉덩이의 골반은 모두 의자를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두 발의 위치가 다른 것이니 나란히 놓아야 한다.
헬스 트레이너의 지침이다. 이렇게 바른 자세로 앉으면 오히려 삐뚤게 앉은 듯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여러 생각 말고’ 그렇게 해야 한다. 의식할 때마다 계속 고쳐 앉으라고, 그는 강조했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한 달에 한두 번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좋은 혜택일 수 있겠으나, 나에겐 그저 불편한 1시간에 더 가깝다. 하여 매주 예약 일정을 묻는 메시지에 "가능한 일정이 생기면 말씀드리겠다, 감사하다' 정도로 답신하며 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고 있는데 담당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어쩐 일인지 그의 눈은 나를 살려야겠다는 의지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예상컨대, 기상천외하고, 도무지 어떤 목적인지 알 수 없는 나의 동작들을 우연히 보았을 것이다. 이내 못 참고 다가온 듯했다.
"회원님, 시간 괜찮으시면 지금 피티 진행해 드릴까요?"
나는 약속 시간을 정해두고 오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딱히 거절할 이유도 떠오르지 않아 알겠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숱하게 봤던, 이완과 수축이 완벽하게 일어나는 운동법을 배울 거라는 기대와 함께.
"자, 회원님, 이 자세를 해보시겠어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그날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의 밸런스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고는 '역시' 내 운동 자세가 전체적으로 틀어져 있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가 운동을 하는 목적을 잘 따져 봐야 하며, 무거운 것을 들거나 당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생각해 보세요. 운동하는 시간은 일상에서 진짜 짧은 시간이에요. 대부분의 시간에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
나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의 33%인 56시간을 누워있는다. 그리고 50%인 84시간 이상 앉아 있는다. 일 하고, 밥 먹고, 글 쓰고, 소파에서 뭔가를 보는 시간이다. 지하철에서도 자리가 생기면 냉큼 않는다. 이런 시간들에 비하면 일주일 중 운동하는 시간은 5시간인데, 고작 3% 수준이다. 이것은 족히 수십 년 동안 반복되었다.
그는 이 83%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헬스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은 다음에 하는 행동은 다리를 꼬는 것이다. 몰입할 때는 두 다리를 올려 양반 다리를 하기도 한다.
"골반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자세가 앉아 있는 자세예요. 그런데 더 힘든 자세는 앉아서 다리를 꼬는 거예요. 가장 힘든 자세는 뭔지 아세요? 앉아서 양반다리를 하는 거예요! 이거는 뭐 거의 골반한테 죽으라고 떠미는 꼴이라고요."
자는 동안에는 의식할 수 없으니 잠들기 전까지만이라도 노력을 하고, 앉아 있는 시간은 사실상 자는 시간보다 길고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이니 어떻게든 바른 자세를 잡아야 한다고, 그는 눈을 (그 똥그란 눈을 더) 똥그랗게 뜨며 말했다.
나는 격앙된 그의 목소리 탓에 혼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문득 그토록 열을 내며 강조하게 되는 상황이 곧 그가 헬스장을 찾는 수많은 이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인류를, 특히 중년에 접어든 이들의 여러 삶들을 관통하는 건강 비법인 것이다. 심지어 꽤 가성비 좋은 시도다.
트레이너는 그날의 한 시간을 이 비법에 대해 강조하는 데 사용했다. 그것은 아마 숫자를 세며 자세를 보는 일보다 고됐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PT를 받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이 한 가지는 정말 꼭 기억하셔야 돼요'라며, 마치 이별을 앞둔 사이처럼, 내가 매 순간 바른 자세로 고쳐 앉을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문득 그 마음이 고마웠다.
방금도 고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