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당신의 섬은 빛나고 있다

“그분은 인사이트가 있는 것 같아.”

뭔가 비범한 사람을 표현할 때 ‘인사이트insight’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는 능력’을 의미하며, 우리말로는 ‘통찰’로 쓰인다. 그런데 왜인지 나는 인사이트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영어로도 한글로도 생김새가 멋있고 어감도 좋다. 안in을 비춘다는sight 어원도 매력적이다. 그만큼 나는 이 단어의 광팬이고,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을 대단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인사이트 소유자’들은 소심인이다.

인사이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능력을 가진 이들은 눈앞의 현상을 그 자체만으로 보고 넘기지 않는다. 다양한 각도로 분별하며 이면에 있는 의미나 가치도 살펴보곤 한다. 예컨대 하늘은 푸르지만 우주는 검다.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은 푸르게 보이는 하늘의 이면에 칠흑 같은 어둠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당연한 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약 1500년 동안 인류는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누군가의 인사이트에서 비롯되었다.

인사이트가 없는 사람들은 성급하고 눈치가 없으며 경솔할 때가 많다. 5분 뒤에 바뀔 일도 살피지 않고, 5초만 생각해도 될 말을 일단 뱉고는 5초 후에 고친다. 삶의 긴 흐름 속에 있는 오늘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막연히 뭔가를 기대하며,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땐 주변을 원인 삼는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겐 불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전후 과정보다는 내가 받은 손해에 집중한다. 푸른 하늘이었던 주변이 그로 인해 검은 우주로 물들고 있어도 정작 본인은 모른다. 쓰다 보니 이런 사람이 있을까도 싶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만나게 된다. 한 번이면 다행이다.

반면에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은 현명하다. 위기엔 지혜로, 관계엔 배려로, 쾌락엔 절제로, 삶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눈앞의 신기루를 성급히 좇지 않는다. 지금의 고통이 가지는 의미를 탐색한다. 일상의 사소한 기쁨의 가치를 중시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유연하고, 강직하다. 이런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나 역시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한 소심인의 강연

약 1500년 동안 지속되었던 믿음은, 16세기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라는 학자에 의해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한 개인의 인사이트가 인류에 새로운 관점을 일으킨 셈이다. 그리고 이런 위대한 사건은 어제가 오늘의 역사가 되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강연회인 TED 콘퍼런스의 개막식. 무대에 한 여 인이 올라섰다. 그녀는 그곳에 섰던 여타 강연가에 비해 조금은 경직된 얼굴로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강연이 시작되자 가쁜 숨을 고르거나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수잔 케인이다.

“저는 아홉 살 때 처음으로 여름 캠프를 갔습니다. 캠프 전 날, 엄마는 가방을 책으로 가득 채워주셨죠. 저에게는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우리 가족은 모이면 주로 책을 읽곤 했거든요. 이런 모습이 비사교적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독서는 우리 가족의 색다른 사교 방식이었어요. 가족 옆에 바짝 붙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는 자유로이 상상의 모험을 떠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캠프에서도 이런 식으로 놀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잠옷을 맞춰 입은 여자애들 10명이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죠.”